12승(6패) 투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롯데 자이언츠 투수 박세웅이 또 무너졌다. 박세웅은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펼쳐진 KT 위즈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 등판했으나 1⅓이닝 동안 6안타(1홈런) 5실점 뭇매를 맞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1회 2사후 홈런으로 실점한데 이어 2회에는 연속 안타를 맞는 등 내용도 좋지 않았다. 총 36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직구 최고 구속은 145㎞을 찍었고, 슬라이더와 커브, 포크볼을 섞었다. 하지만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41%에 불과한데다, 밋밋한 구위와 불안한 제구까지 겹치면서 결국 고개를 숙였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지난 7일 사직 NC전 등판 예정이었던 박세웅 대신 김원중을 마운드에 올렸다. 지난달 30일 KT전에서 4⅓이닝 5실점으로 그나마 안정감을 찾던 모습을 감안했다. 부담감이 컸던 NC전보다는 나름대로 자신감을 갖추고 있는 KT전에서의 활약에 좀 더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또다시 박세웅이 부진한 투구에 그치면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평균자책점은 10점대까지 치솟았다. KT전 전까지 박세웅의 평균자책점은 9.25였다. 그러나 불과 1⅓이닝 만에 5자책점을 기록하면서 평균자책점은 9.92로 올라갔다. 지난 7월 26일 NC 다이노스전 이후부터 시작된 무승 행진은 7경기째(1패)로 늘어났다.
박세웅은 지난 2015년 KT에서 롯데로 이적한 뒤 풀타임 선발로 자리를 잡았다. 2015년 단 2승(11패)에 그쳤지만, 이듬해 7승12패, 평균자책점 5.76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해에는 커리어하이인 12승6패,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하며 롯데가 지난 2012년 이후 5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안경에이스'라는 기분좋은 별명도 얻었다. 하지만 올 시즌 준비 도중 팔꿈치 통증을 호소해 한동안 2군에 머물렀고, 지난 6월 1군 엔트리에 합류했으나 지난해 만큼의 힘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박세웅은 지난 세 시즌 동안 모두 110이닝 이상 투구를 했다. 지난해에는 171⅓이닝을 던지며 프로 데뷔 이래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이런 행보가 올 시즌 부진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박세웅이 남은 잔여 경기에서 다시 기회를 받을 수 있을진 미지수다. 1승이 중요한 롯데가 부진한 모습을 거듭하는 박세웅을 마냥 기다려줄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아쉬움 속에 시즌의 끝자락까지 온 박세웅은 과연 어떤 길을 걸어갈까.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