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경기에서 '홀드'는 음지의 기록이다. 애초부터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도 별로 주목받지 못하던 불펜 투수들의 활약을 재조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항목이다. 성립 요건은 팀이 앞선 상황에 구원 등판해 다음 투수에게도 그 리드를 물려주면 된다. 그런데 이 '앞선 상황'에도 조건이 있다. 점수차가 너무 크면 안된다. 그래서 홀드 요건이 성립되는 정학한 요건은 '세이브 조건의 리드 상황에 등판해 그 리드를 다음 투수에게 이어주는 경우'다.
올해 이 구원 부분의 경쟁이 은근히 치열하다. 홈런이나 타율 등의 분야에 비해 덜 조명받고 있지만, 나름 박빙 승부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아직 타이틀 홀더가 확정되지 않았다. 현재 1위는 23홀드를 기록 중인 넥센 히어로즈 필승조 이보근이다. 그런데 롯데 자이언츠 오현택이 22개로 추격 중이다. 누가 1위가 될 지 끝까지 알 수 없는 승부가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이보근으로서는 2016년 이후 2년 만의 타이틀 획득 기회다. 2년 전에는 25홀드로 1위에 올랐다. 지난해는 18홀드로 기록이 줄면서 3위로 떨어졌다. 그러나 올해는 현재 1위로 타이틀 획득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에 맞서는 오현택은 데뷔 10년만에 처음으로 타이틀 획득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시즌 막판 홀드 상황이 잘 나오지 않는 바람에 주춤하고 있다. 원래 오현택이 이보근보다 20홀드 달성 시점은 19일이나 빨랐다.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전인 8월16일 부산 KIA전 때 시즌 20홀드를 먼저 달성했다. 그러나 이후 약 두 달간 2홀드를 추가하는 데 그쳤다.
그 사이 이보근이 역전에 성공했다. 아시안게임 휴식기 전, 19홀드로 오현택에게 뒤지던 이보근은 9월에만 3홀드를 추가하는 등 이후 4개의 홀드를 기록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비록 경기에는 패했지만, 지난 6일 창원 NC전 때 23번째 홀드를 따냈다.
비록 1개 차이지만, 홀드의 달성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결코 적은 차이가 아니다. 그나마 롯데가 10일 KT와의 더블헤더를 포함해 6경기를 남겨두고 있어 오현택에게 역전 기회는 있다. 하지만 경기수가 꼭 홀드 기회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이보근에게도 2번의 기회가 남아있다. 현재로서는 이보근이 확실히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