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김현수는 지난달 4일 수원에서 열린 KT 위즈전에서 이진영이 친 땅볼을 수비하다 오른쪽 발목을 접질리며 인대 부상을 입었다.
이후 한 달이 넘게 지났지만, 여전히 재활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다. LG는 오는 13일 SK 와이번스와의 원정경기를 남겨놓고 있는데, 김현수는 출전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부상과 함께 시즌을 마감한 셈이 되는 것이다. 김현수가 다치지 않았다면 LG의 시즌 막판 레이스는 조금은 달라졌을 수 있다. LG 타선에 김현수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중심타자 한 명 없다고 공격력이 크게 저하되는 팀이라면, 그 또한 LG가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다.
그의 부상은 개인 타이틀 경쟁 양상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김현수는 부상 당시 타율 3할6푼2리(453타수 164안타), 20홈런, 101타점, 95득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타율 4위, 타점 공동 1위, 득점 1위, 최다안타 1위였다. 타율 부문서도 선두 경쟁을 하던 중이었기 때문에 부상없이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경기에 나섰다면, 최대 4관왕까지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부상 이후 35일이 지난 9일 현재 김현수는 타율 1위다. 경쟁 타자들이 시즌 막판 페이스가 떨어지면서 '비율'로 계산되는 타율서 자연스럽게 김현수가 1위가 됐다. 이날 현재 타율 2위는 넥센 히어로즈 이정후다. 그는 3할5푼3리(0.3533)를 마크하고 있다. 남은 2경기서 김현수를 제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3할5푼3리(0.3529)로 이 부문 3위인 두산 베어스 양의지도 남은 5경기에 모두 출전해 페이스를 끌어올린다 해도 전세를 뒤집기는 어렵다. 김현수의 타율 타이틀은 사실상 확정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김현수는 2008년 타율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그러나 타점과 득점, 최다안타는 순위가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타점은 공동 12위, 득점은 공동 11위, 최다안타 공동 12위다. 타점 1위는 133개의 두산 김재환이다. 득점과 최다안타 1위는 각각 115개, 183개를 마크중인 롯데 자이언츠 전준우가 선두다. 김재환은 홈런(44개)과 타점 1위가 확실시되며, 롯데의 잔여경기가 10개팀 중 가장 많은 6게임이라는 점에서 전준우 역시 득점과 최다안타 부문을 석권할 공산이 매우 크다. 절대 수치로 우열을 가리는 타점과 득점, 최다안타는 많은 경기에 출전할수록 유리하다.
이에 따라 김현수는 요즘 MVP 전망서 거의 언급이 안되고 있다. 김재환과 전준우를 비롯해 롯데 이대호와 손아섭, 넥센 박병호, SK 한동민, KIA 타이거즈 안치홍과 최형우, 한화 이글스 제라드 호잉, 삼성 다린 러프, 두산 조쉬 린드블럼 등이 MVP 후보로 거론된다.
'운' 탓으로 돌려야 하겠지만,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부상을 이유로 엔트리에 제외된 김현수는 잔여 27경기 결장이 안타까울 수 밖에 없다. 또한 LG는 1982년 프로 출범 이후 정규시즌 MVP를 단 한 번도 배출하지 못했다. 김현수의 부상은 이래저래 씁쓸하기 짝이 없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