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실낱같던 바람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롯데가 KIA 타이거즈마저 제압하면서 가을야구의 희망을 이어갔다. 지난 9일 승리를 계기로 롯데(66승2무70패)와 5위 KIA(68승72)의 승차가 사라졌다. 무승부가 없는 KIA(승률 4할8푼6리)가 롯데(4할8푼5리)에 승률에서 1리 앞선 5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KIA에 비해 두 경기를 덜 치른 롯데의 현재를 감안하면 남은 6경기에서 언제든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상황이 됐다.
KIA전 승리를 통해 롯데가 얻은 소득은 컸다. 단순히 KIA와의 승차를 없앤 것에 그치지 않는다. 오는 11~13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릴 KIA와의 3연전에 앞서 기선 제압 효과를 얻었다. 보직 파괴를 통해 중간 계투로 나선 펫딘, 마무리 투수 윤석민을 공략하면서 점수를 얻은 것도 롯데 타선의 자신감을 살릴 만한 요인이다. 마운드에서도 선발 투수 송승준이 대량실점을 했으나, 이후 등판한 불펜 투수들이 KIA 타선을 막아낸 것도 눈여겨 볼 만하다. 무엇보다 연장 11회까지 가는 승부에서 집중력을 발휘해 승리를 가져가며 자칫 끊어질 수도 있었던 막판 기세를 이어간 것도 롯데에겐 큰 소득이다.
그림자도 분명히 존재했다. 야수들의 세 차례 실책성 플레이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확실한 보완이 필요하다. 매 경기가 한국시리즈와 다름없는 롯데에게 집중력 부재는 곧 패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KIA 타선을 막아낸 불펜의 힘은 두드러졌지만, 내용 면에선 우려를 살 만했다는 점도 꼽아볼 만하다. 이날 롯데는 오현택, 구승민, 손승락 등 필승조를 모두 투입했다. 결과적으로 팀이 동점에 이어 끝내기 안타로 승리를 만들어냈지만, 이들 모두 최근 연투로 인한 체력 저하 탓인지 제구 자체가 높게 이뤄지면서 KIA 타자들에게 기회를 허용했다. 남은 6경기도 이날과 다르지 않은 흐름으로 갔을 때, 필승조가 제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가질 만했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KIA전 승리에 의미를 부여했다. 경기 전 "오늘 경기를 해봐야 추후를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힌 조 감독은 승리 뒤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선수들의 집중력이 만들어낸 승리다. 최근 어려운 승부 속에서도 선수들이 뭉쳐 이겨내며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평했다. 결국 상승세인 최근의 분위기가 자신감과 승리로 연결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KIA전에서 값진 승리를 따낸 롯데. 이날 얻은 자신감과 숙제가 과연 남은 일정에서 어떻게 작용할 지가 관건이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