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부산 사직구장.
KIA 타이거즈전에 나선 롯데 자이언츠의 조원우 감독은 의외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리드오프 자리에 민병헌 대신 조홍석의 이름을 적었다. 조 감독은 "조홍석이 민병헌, 손아섭의 빈자리를 잘 메워준 바 있다. 타선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좋은 활약을 했다"며 결정 배경을 밝혔다.
이날 KIA의 선발 투수인 임기영이 조 감독의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 민병헌은 최근 10경기서 타율 3할9푼5리(43타수 14안타), 3홈런의 맹타를 휘둘렀다. 그러나 임기영에겐 그동안 8타수 무안타로 절대 약세를 보였다. '밥상'을 차려야 할 자리의 중요성을 생각해보면 임기영을 만날 때마다 고개를 숙였던 민병헌을 향한 믿음을 이어가기 쉽지 않았다. 임기영을 상대로 3타수 1안타로 나쁘지 않은 결과를 냈던 조홍석을 먼저 내보내고, 상황에 따라 안타 생산 능력이 있는 민병헌을 히든카드로 쓰겠다는 심산이었다.
조홍석은 1회말 선두 타자로 나서 볼넷으로 출루해 1사 1, 3루에서 나온 이대호의 내야 땅볼 상황에서 홈을 밟아 첫 득점을 만들었다. 2회 1사 1루에선 투수 땅볼로 물러났다.
조 감독의 노림수는 엉뚱한 곳에서 파열음이 났다. 3-0으로 앞서던 3회초 수비 상황. 1사 1루에서 나지완이 친 뜬공이 조홍석을 향했다. 평범한 중견수 플라이가 될 것으로 보였지만 조홍석은 타구 낙하 지점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면서 '만세'를 불렀고, 타구는 2루타로 연결되며 1사 2, 3루 상황으로 연결됐다. 롯데 투수 송승준이 최형우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극복하는 듯 했지만, 이어진 2사 2, 3루에서 안치홍이 친 타구 낙하 지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조홍석이 2루타를 만들어주면서 결국 2실점 했다. 이후 급격히 흔들린 송승준은 6점을 더 내주며 조기 강판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3회말 공격에서 롯데가 8-5로 따라붙은 2사 만루 상황. 조홍석 타순이 돌아오자 조 감독은 민병헌 카드를 꺼내들었다. KIA 마운드는 3회말부터 임기영을 불러들이고 불펜을 가동한 상태였다. 민병헌은 2타점 적시타를 치면서 임무를 완수했다. 조홍석으로 승부수를 던졌던 조 감독 입장에선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할만한 장면이었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