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는 지난달 11일 열린 2018년 제 5차 이사회에서 대학 졸업 예정 선수 지명의 의무화를 결정했다.
이전까지는 특별한 규정이 없었지만, 내년 9월 열릴 예정인 2020년도 신인 드래프트때부터는 구단별로 최소 1명 이상씩 대졸 예정 선수를 지명해야 한다.
이사회에서 이런 규정을 만든 이유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대학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관심을 못받고있기 때문이다. 2014년도 신인 드래프트에서 대졸 선수는 48.5%(105명 중 51명)에 달했지만, 이후 꾸준히 감소했다. 2015년 드래프트에서 37%(100명 중 37명), 2016년 34.5%(110명 중 38명), 2017년 23%(110명 중 23명)를 기록했다. 지난해 열린 2018년 드래프트에서 100명 중 18명(18%)이 대졸 예정자였고, 지난달 열린 2019년 드래프트에서는 이보다 소폭 상승한 100명 중 20명(20%)이었다.
하지만 과연 대졸 예정 선수 지명을 의무화한다고 해도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의무 규정이 없는 올해 드래프트에서도 10개 구단 중 삼성 라이온즈를 제외한 9개 구단(해외파 제외)이 대졸 선수를 뽑았다. 문제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8~10라운드 하위권에 지명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대졸 선수로 가장 처음 지명을 받은 선수는 4라운드에서 KT 위즈가 택한 영남대 투수 이상동이었다.
물론 대학야구 선수들이 하위권에서 지명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은 단순히 고졸 선수들에 비해 나이가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객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 최근 대학야구에는 눈에 띄는 대형 유망주의 숫자가 급격히 감소했다. 특히 각 구단 스카우트들은 "이번 드래프트를 앞두고 돋보이는 대학야구 선수를 찾기가 정말 힘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재능있는 선수들이 대학 진학보다는 빠른 프로 입단으로 진로를 택하면서 숫자 자체가 줄어든 것도 큰 이유지만, 현재 대학야구의 환경이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다수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주말리그 시행으로 주중에는 수업을 듣고, 주말에는 경기에 출전하기 때문에 훈련하는 시간이나 휴식 시간이 부족하다. 또 훈련장이 확보되지 않았거나, 장소가 열악한 팀들은 안그래도 빠듯한 훈련 시간의 대부분을 이동하는데 쓰기도 한다. 실제로 주말리그가 시행된 이후 대학 선수들의 수비 등 기본기가 떨어졌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학생이 수업을 듣고 학교 교과 과정에 충실한 것은 당연하지만, 지금의 제도는 두마리 토끼 중 어느것도 잡지 못하고 있다.
결국 지금의 분위기가 이어지면 대학야구는 존폐 기로에 놓일 수도 있다. 심각한 문제다. 의무 지명 제도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한국대학야구연맹(KUBF)의 긴밀한 공조와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