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규현(36)은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 선수 중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선수다.
시즌 초반부터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렸고, 수비에서도 실책을 남발했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총액 10억원에 롯데와 재계약한 사실까지 더해지면서 팬들의 비난은 더 거세졌다. 하지만 마땅한 유격수 대안이 없는 롯데의 현실 속에서 문규현은 어깨 통증 등 잔부상을 달면서도 제 몫을 묵묵하게 수행했다.
9월 중순부터 반전에 성공한 롯데의 중심엔 문규현이 있었다. 롯데가 13승(3패)을 올린 16경기 중 15경기에서의 타율이 4할4리(57타수 23안타)에 달했다. 3홈런, 11타점을 기록하며 해결사 능력도 만만치 않게 과시했다. 고비 때마다 타선에서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해주는 문규현의 모습은 비난을 응원의 목소리로 바꿔놓기에 충분했다.
9일 부산 사직구장. 9-9 동점이던 연장 10회초 문규현은 가슴철렁한 순간을 맞았다. 선두 타자 박준태의 타구를 놓쳐 출루를 허용한 것. KIA 타선이 박준태를 홈까지 불러들이면서 문규현의 실책이 결승점을 헌납하는 빌미가 될 것처럼 보였다.
10회말 공격에서 다시 10-10 동점을 만든 롯데는 11회말 1사후 대타 한동희의 2루타와 채태인의 자동고의4구로 1사 1, 2루 찬스를 잡았고, 타석에는 문규현이 들어섰다. 앞선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 이날 시즌 8번째 만원관중을 기록한 사직구장에는 "문규현"의 이름이 메아리쳤다.
끝맺음은 결자해지였다. 문규현은 KIA 구원 투수 문경찬과의 1B1S 승부에서 3구째를 당겨쳐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만들었다. 2루 주자 한동희가 3루를 돌아 홈까지 밟았다. 11대10, 4시간30분이 넘는 혈투 끝에 롯데가 미소를 지었다. 롯데 선수들은 문규현의 끝내기 안타가 결정되는 순간 모두 더그아웃을 뛰쳐나와 환호했고, 관중석을 떠나지 못한 팬들은 다시 "문규현"의 이름을 연호했다.
문규현은 "정말 중요한 경기였다. 힘들게 이긴만큼 더 기쁘다. 팀 승리에 내가 조금이나마 일조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앞선 수비에서 실책을 해 부담이 컸다. 나는 수비형 선수라 수비를 잘해야 하는데 나 때문에 경기가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아찔한 순간을 돌아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최근 김승관, 정보명 코치 도움으로 타격감이 좋다"며 "시즌 마지막까지 팀에 어떻게든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모든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 팀 분위기가 매우 좋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