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가 드라마 같은 대역전극으로 가을 야구의 불씨를 살렸다.
삼성은 9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8대4로 승리하며 포스트시즌 진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8회까지 삼성은 패색이 짙었다. SK가 제이미 로맥과 이재원의 홈런 2방으로 앞서가는 사이 상대 선발 메릴 켈리의 구위에 눌려 1점도 뽑지 못했다. 켈리가 내려간 후 8회 김헌곤의 솔로포로 겨우 1점을 만회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1-4로 뒤지던 9회초 삼성은 전혀 다른 팀이 됐다.
삼성은 상대 마무리 신재웅을 상대로 구자욱과 다린 러프가 백투백 홈런을 터뜨리며 1점차로 바짝 쫓았다. 반전된 분위기는 후속 타자들로 이어졌다. 이원석이 볼넷을 얻어 출루했고 박한이가 희생번트로 이원석을 2루까지 보냈다. 이후 이지영이 동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4-4 동점이 되자 SK는 투수를 박정배로 교체했지만 계속 수세에 몰렸다. 삼성은 최영진까지 좌전안타를 터뜨리며 1사 1,2루의 기회를 맞았다. 김헌곤의 우익수 뜬공 때 2루주자 이지영은 3루까지 갔다. 이어 박해민이 역전 적시타를 터뜨렸고 후속타자 김상수까지 내야 안타로 점수를 추가해 6-4를 만들었다.
기세가 오른 삼성은 쉬지 않았다. 다시 타석에 선 구자욱과 러프가 연이어 적시타를 터뜨리며 9회초에만 7점을 뽑아냈다, SK는 9회에만 신재웅 박정배 강지광 윤희상 등 투수 4명을 투입했지만 불타오른 삼성 타선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패할 수 없다는 삼성 선수들의 무서운 집중력이 돋보였다.
삼성은 9회말 최충연을 투입해 깔끔하게 경기를 끝냈다.
삼성은 '가을야구'에서 많이 멀어지긴 했지만 실낱같은 희망은 있다. 이날 경기까지 남은 2경기를 승리하고 KIA 타이거즈가 1승4패, 롯데 자이언츠가 3승4패를 하면 5위를 확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이날 경기에 승리했을 때 이야기다. 삼성 선수들도 이를 알았는지 9회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실낱이 끊어지기 직전까지 몰렸지만 그 끈을 끝내 붙잡았다.
인천=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