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력은 선수 개인 기술이 있어야 강해지기 마련이다. 그 조직력은 승리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된다. 파울루 벤투 A대표팀 감독(49)은 이 기본철학을 중시한다. 그래서 '테크니션'을 선호한다. 10월 A매치 2연전에 출전할 25명을 선발하기 전에도 '기술'을 첫 번째 발탁 기준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남태희는 벤투 감독이 제시한 기준에 가장 부합하는 자원 중 한 명이다. 축구센스가 남다르다. 특히 공간이 좁을수록 남태희의 기술적 움직임이 빛난다. 민첩성이 워낙 뛰어나 수비가 많이 몰려있는 페널티박스 안에서도 골과 도움을 만들어낸다. '중동의 메시'라 불릴 정도로 남태희의 기술은 아시아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지난달 7일 코스타리카전에서도 두 골을 모두 생산해냈다. 무엇보다 두 번째 골은 '테크니션' 남태희의 진가가 유감없이 드러났다. 왼쪽 측면에서 타이밍을 빼앗으며 한 명을 제친 뒤 헛다리짚기로 또 한 명을 제치고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남태희는 9월에 이어 10월 A매치에도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9월 A매치에서 벤투 감독의 눈을 확실히 사로잡은 남태희가 '황태자'로 거듭나기 위해선 경쟁이 필수다. 벤투호 2선 공격진 경쟁은 치열하다. 구자철 (아우크스부르크) 이재성(홀슈타인 킬) 이승우(베로나) 김승대(포항) 문선민(인천) 등 쟁쟁한 선수들이 많다. 여기에 범위를 넓히면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함부르크)도 2선 자원이다. 남태희는 9일 경기도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에서 10월 A매치 소집 2일차 훈련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선에는 좋은 공격수들이 많다. A대표팀은 항상 경쟁구도다. 그 속에서 나만의 공격성을 어필하고 싶다. 드리블 돌파로 벤투 감독님의 눈을 사로잡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소속팀에서도 꾸준하게 출전하면서 최대한 득점과 도움에 신경을 쓰고 있다. 대표팀에선 다른 역할이 주어지지만 공격적인 면을 좀 더 발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루과이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위다. 지난달 혼쭐이 난 칠레(12위)처럼 강팀이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남태희는 "코스타리카전에선 전방압박을 통한 점유가 잘 된 반면 칠레가 강팀이었기 때문에 역습에 무게를 둔 경기를 했다. 우루과이전도 칠레전과 비슷한 양상이 될 것 같지만 최대한 감독님이 원하는 색깔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남태희는 전날 비행기 시간 때문에 뒤늦게 합류한 탓에 정우영(29·알 사드)과 함께 이날 회복훈련을 실시했다.
남태희는 '불운의 아이콘'이다. 좋은 기술력 보유에 비해 수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 때문에 브라질과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다.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 시절 2012년 런던올림픽에 출전, 동메달 획득에 견인하며 병역면제는 받았지만 2년 뒤 홍 감독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다. 울리 슈틸리케 전 A대표팀 감독 체제에서도 중용됐지만 신태용 전 감독 체제에선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아직 4년 뒤를 예상하긴 힘들다. 다만 수비력 향상만 이룬다면 자신이 8년간 뛰고 있는 카타르에서 생애 첫 월드컵을 경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태희는 "오전 비디오미팅을 통해 칠레전에서 미흡했던 장면을 보완해야 할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