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최우수선수(MVP) 수상자는 통상 우승 팀에서 배출된다. 올 시즌도 K리그 여섯 번째 별을 단 전북에서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MVP 3인 후보 중 한 명으로 '월드컵 스타' 이 용(32)이 떠오르고 있다.
이 용에게 지난 시즌은 '악몽'이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의 구애 속에 울산에서 전북으로 둥지를 옮겼지만 보여준 게 없었다. 8경기 출전이 전부였다. 5월 이후 그라운드에서 모습을 감췄다. 영리한 경기운영과 여느 윙어 못지 않은 공격력은 갖추고 있었지만 수비시 강한 압박을 통한 공격 차단 능력을 원하던 최 감독의 주문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 최 감독은 지난 시즌 초반 특유의 농을 던지면서 "다시 울산행 티켓을 끊어줄 테니 돌아가라"며 이 용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이 용은 부상 탓에 제대로 된 경기력을 유지할 수 없었다. 울산 때부터 찾아온 스포츠탈장이 발목을 잡았다. 이적을 했기 때문에 참고 뛰려고 했지만 더 방치했다가 선수생활마저 위협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지난해 10월 수술을 택했다.
이 용의 마음은 무거웠다. 자신을 강력하게 원해 전북으로 데려온 최 감독에게 미안함이 컸다. 그래서 이 용에게 올 시즌 키워드는 '보답'이었다. 이 용의 마음가짐은 그라운드에서 드러났다. 측면 수비수 출신 최 감독이 원하는 풀백으로 거듭났다. K리그 32경기 중 27경기에 출전해 최소실점에 견인했다.
이 용의 꾸준함 덕분에 최 감독은 부상으로 붕괴된 왼쪽 측면 수비의 부담을 덜게 됐다. 최 감독은 이번 시즌 초반 최고의 몸 상태를 보였던 김진수와 베테랑 박원재, 젊은 피 박원재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장기 이탈하자 우측 수비 자원인 최철순을 왼쪽으로 옮겨 출전시켰다. 수비밸런스가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던 기본적 요소는 이 용의 건재함이었다.
무엇보다 이 용은 도움왕에도 근접해 있다. '커리어 하이'를 찍고 있다. 프로 10년 만에 가장 많은 공격포인트(8도움)을 올리고 있다. 도움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세징야(대구), 아길라르(인천)와 1개차다. 오른쪽 측면에서 활처럼 휘어져 골문으로 배달되는 '택배 크로스'는 전북의 최대 득점루트가 됐다. 최 감독의 고민거리였던 '크로스의 낮은 질'을 단숨에 해결해주고 있다.
이 용은 최 감독에게 또 한 가지 선물을 선사하고 있다. 결과를 떠나 좋은 경기내용의 기본이 되는 빌드업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현대축구는 측면 수비수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용은 국내 유일무이한 '수비도 되고, 공격도 되는' 측면 수비수다.
여기에 이 용이 'K리그 MVP' 후보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은 월드컵에서의 활약이다. 이 용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몸살 감기로 인해 컨디션 난조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4년 뒤 출전한 러시아월드컵에선 최고참으로 후배들을 이끌고 조별리그 두 경기 부진을 딛고 '세계랭킹 1위' 독일 격파에 견인했다.
측면 수비수는 '축구의 꽃' 골을 넣는 공격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포지션이다.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오히려 화려하지 않아야 인정받는 포지션이 측면 수비수다. '반전의 남자' 이 용이 도움왕을 달성할 경우 충분히 K리그 MVP를 놓고 경쟁할 후보다. 울산=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