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오랫동안 사랑받는 영화에는 이유가 있다. 큰 울림과 감동을 주는 영화 '허스토리'와 '허스토리'를 사랑하는 팬들 '허스토리언'이 부산에서 뜻깊은 만남을 가졌다.
6일 오후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 광장서는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 영화 '허스토리'(민규동 감독) 오픈토크가 진행됐다. 이날 오픈토크에는 민규동 감독, 김희애, 문숙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지난 6월 개봉해 관객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바 있는 '허스토리'는 역사상 단 한번, 일본 재판부를 발칵 뒤흔들었던 관부 재판 이야기를 다룬 휴먼 실화 영화다.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간 10명의 원고단과 13명의 변호인이 시모노세키(하관)와 부산을 오가며 일본 재판부를 상대로 23번의 재판을 진행한 실제 사건을 영화화했다.
일본군 피해자 관련 재판 사상 처음으로 보상 판결을 받아낸 유의미한 관부(하관-부산) 재판 사건을 그동안 감각적이고 의미 짙은 작품을 선보인 민규동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과 김희애, 김해숙, 예수정, 문숙, 이용녀 등 세대를 아우르는 대한민국 명배우들의 열연으로 완성했다.
민규동 감독은 "날씨가 너무 좋다. 1년도 딱 이날도 날씨가 좋았다. 초량에서 영화 속 장면을 촬영한 날이었는네 이렇게 부산에서 만나뵙게 돼 영광이다. 이렇게 반겨주시니 영화 만든 보람이 있는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이어 김희애는 부산 사투리로 "억수로 좋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 문숙은 "다시 부산으로 오게 돼 기쁘다. 이 영화를 찍으면서 부산을 제2의 고향처럼 사랑하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앞서 부일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김희애는 "기쁨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가수는 제목 대로 된다고 하는데 우리 배우는 좋은 대사를 만나는 것 같다"며 "내가 손 댄 것 중에 실패 한게 있드나"며 영화 속 대사를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민규동 감독은 '허스토리'의 든든한 팬덤의 동력에 대해 "이전에도 보기 드물었던 포스터에 꽉찬 여배우들이 있다. 이전에 보기 힘들었던 많은 그룹샷에서 여성들의 서사들이 활발히 펼쳐지는 것에 대한 즐거움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각각의 캐릭터를 좋아해주신 것 같다. 훌륭한 배우들이 제한된 영역 안에서 고군분투하시는데, 기존의 엄마 이상의 캐릭터를 보여드리는 게 관객분들이 좋아해주셨던 것 같다"고 생각을 전했다.
또한 김희애는 팬덤 '허스토리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저희 영화가 극장에서 내린 후에 우리 허스토리언 팬들이 단관을 하셨다고 해서 초대를 받아서 갔다. 저는 그런 경험이 처음이었는데 어떨까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됐다. 몇분만 계시는게 아닐까 걱정이 들었다"며 "그런데 꽉 차있고 보고 싶어하는 눈빛들을 보고 깊고 뜨거운 사랑을 느꼈다. 정말 보람을 느꼈고 어느 영화제에서 상받은 거 못지 않게 단관의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이날 문숙은 '허스토리'를 통해 배운 게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문제가 되고 있는 위안부라는 게 사실 우리가 쉽게 공감하기가 쉽지 않은 이야기다. 그걸 리서치하는 과정에서 그분들의 고통을 100% 공감하지 못하지만 어느정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후손으로서 그 아픔을 연기할 수 있다는게 영광이었다"며 "그것을 통해서 젊은 사람들이 다시는 그런 일들을 겪지 않도록, 우리 젊은 젊은 여성이 자존심을 지키고 살아야 할지 목적을 제시한다는 게 자랑스러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희애는 촬영을 떠올리며 "부산 사투리가 너무 어려웠다. 이 여사장 캐릭터가 너무 멋있어서 하고 싶었는데 사실 사투리가 너무 어려웠다"고 입을 뗐다. 이어 그는 "내가 엄살이 심한가 생각했었는데 '암수살인'의 주지훈 배우도 사투리 때문에 위경련 났었다고 하더라. 젊은 친구도 그러는데 정말 힘들었다"며 "영화를 완성하고 보면서 이런 역사를 알게 된 것이 부끄럽지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나라를 이렇게 어려운 분들이 고통 속에서 지켜내셨는데 젊은 분들도 우리나라는 아끼고 지켜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또한 민규동 감독은 '허스토리'를 만들면서 지키고 싶었던 원칙에 대해 "실화이기도 하고 또 실존해 있는 인물도 포함돼 있고 많은 사람들이 보기 불편해 하거나 피하고 싶어하는 소재였기 때문에 어떤 시선으로 접근하냐가 중요한 출발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기존에 있던 몇편이 영화들과 차이가 뭐가 있을가에 대한 고민이 컸다. 관부재판이라는 소재를 평생에 단 한번밖에 다루지 못할 터인데 영화를 만들 때 단순히 재판에 관여된 인물들뿐 아니라 많은 원고들의 이야기, 용기가 없어서 증언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 영화의전당·CGV센텀시티·롯데시네마센텀시티·메가박스 해운대 등 부산 일대 극장에서 개최된다. 개막작은 이나영의 6년만 스크린 복귀작으로도 화제를 모은 바 있는 윤재호 감독의 '뷰티풀 데이즈'(페퍼민트앤컴퍼니 제작)가, 폐막작으로는 홍콩 원화평 감독의 '엽문 외전'이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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