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욱일기, 그리고 한일관계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결국 논란이 됐다. 일본 배우 쿠니무라 준이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에서 받은 질문에 대한 답변에 대해 입장표명문을 발표했고 부산영화제 측은 쿠니무라 준에게 사과했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 5일 진행된 제23회 부산국제영화 뉴 커런츠 기지회견장에서 시작됐다. 뉴 커런츠 부문의 심사위원으로 이 자리에 참석한 쿠니무라 준은 "현재 제주도에서 열릴 관함식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군함이 전범기인 '욱일기'를 다룬다는 것에 대해 큰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일본 배우로서의 입장을 듣고 싶다"는 한 기자의 질문을 받았다.
쿠니무라 준은 해당 상황을 제대로 설명해 달라고 해당 기자에게 정중히 요청했고 설명이 이어지자 쿠니무라 준은 솔직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는 "실례가 안된다면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정중히 청했고 기자의 자세한 설명이 이어진 후 "저도 욱일기라는 것이 해군 일본 자위대의 전통 깃발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시대가 지났고 한국 분들이 이 깃발에 대해 남다르게 생각하는 걸 깊이 이해하고 있다"며 "군은 자위대가 욱일기가 전통이기 때문에 굽히지 않을거라고 하지만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일본이 한국이 (반발하는 마음을)이해를 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민감한 질문을 피하지 않고 솔직히 답했다.
이어 쿠니무라 준은 "사실 일본 정부는 비단 욱일기 뿐만 아니라 보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여러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게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는 배우로서가 아니라 개인으로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보수적인 일본 정부를 향해 일갈했다.
한국에서 열리는 영화제에 참석한 일본 배우에게 던져진 예민한 한일문제에 대한 질문. 그리고 해당 질문에대해 피하지 않고 솔직한 자신이 생각을 전한 쿠니무라 준. 하지만 해당 발언을 결국 논란이 됐다. 국내 뿐 아니라 일본 내에서도 쿠니무라 준의 발언에 대한 온갖 억측과 오해가 쏟아진 것.
결국 쿠니무라 준은 이에 대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을 통해 그는 "저는 그다지 어떤 일에 대해 깊이 파고드는 성격의 사람은 아닙니다만, 이런 저로서도 가끔은 깊이 생각할 때가 있는데요, '지금 이 세상에는 갈등이 없는 곳이 적은 편이지만, 사람들은 그 갈등 속에서 살아가고 싶은 것일까?' 글쎄요, 그건 아니라고 이제는 생각하며, 그것을 영화를 통해 어린아이에게, 어른에게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사람들은 모두, 현재 일어나고 있는 갈등이나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것 보다, 밝은 미래의 희망이나 따뜻한 과거의 추억이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왜, 지금 이렇게 엄중한 상황이 되었는지, 그것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강하게 있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이렇게나 많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모두가 그 영화를 가지고 영화제를 찾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영화제라고 하는 자리는, 모두의 생각이나 의견이 섞이고, 녹여져서, 어느새 아름다운 결정체가 되어가는 장이 되기를, 저는 염원합니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논란의 대상이 된 쿠니무라 준에게 사과했다. 게스트를 보호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는 것이였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0월 5일 진행된 뉴 커런츠 심사위원 기자회견과 관련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입장을 전했다. 전 집행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다양한 문답이 오가는 것이 자연스런 일이나 심사위원으로 오신 게스트가 정신적 고통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하겠기에 말씀을 드리려 한다. 배우 쿠니무라 준의 경우, 민감한 한일 문제에 관한 질문으로 인해 여러가지 오해와 억측에 시달리고 있다. 기자회견을 준비한 영화제의 입장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된 점 사과 드리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어 "영화제에서 정치적 의견이 오가는 것은 가능한 일이나 지나치게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게스트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수 십 시간의 토론이 필요한 문제에 대해 기자회견의 짧은 문답은 충분히 그 의미를 전달하기 어렵다"며 "이 점을 숙지하고 기자회견을 진행하지 못한 점 사과 드린다. 영화제는 앞으로 게스트가 불필요한 오해와 억측에 노출되지 않도록 꼭 유의하겠다. 다시 한번 쿠니무라 준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smlee0326@sportschosun.com
<부산영화제 입장 전문>
10월 5일 뉴 커런츠 심사위원 기자회견과 관련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입장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기자회견에서 다양한 문답이 오가는 것이 자연스런 일이나 심사위원으로 오신 게스트가 정신적 고통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하겠기에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배우 쿠니무라 준의 경우, 민감한 한일 문제에 관한 질문으로 인해 여러가지 오해와 억측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기자회견을 준비한 영화제의 입장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된 점 사과 드리고자 합니다.
영화제에서 정치적 의견이 오가는 것은 가능한 일이나 지나치게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게스트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 십 시간의 토론이 필요한 문제에 대해 기자회견의 짧은 문답은 충분히 그 의미를 전달하기 어렵습니다. 이 점을 숙지하고 기자회견을 진행하지 못한 점 사과 드립니다. 영화제는 앞으로 게스트가 불필요한 오해와 억측에 노출되지 않도록 꼭 유의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쿠니무라 준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2018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전양준
<쿠니무라 준 입장 전문>
저는 그다지 어떤 일에 대해 깊이 파고드는 성격의 사람은 아닙니다만, 이런 저로서도 가끔은 깊이 생각할 때가 있는데요,
"지금 이 세상에는 갈등이 없는 곳이 적은 편이지만, 사람들은 그 갈등 속에서 살아가고 싶은 것일까?"
글쎄요, 그건 아니라고 이제는 생각하며, 그것을 영화를 통해 어린아이에게, 어른에게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모두, 현재 일어나고 있는 갈등이나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것 보다, 밝은 미래의 희망이나 따뜻한 과거의 추억이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왜, 지금 이렇게 엄중한 상황이 되었는지, 그것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강하게 있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이렇게나 많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모두가 그 영화를 가지고 영화제를 찾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영화제라고 하는 자리는, 모두의 생각이나 의견이 섞이고, 녹여져서, 어느새 아름다운 결정체가 되어가는 장이 되기를, 저는 염원합니다.
마지막으로, 23회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를 운영하고 계신 모든 분들, 영화제를 지지하는 부산의 시민 여러분들의 아낌 없는 노력에 감사를 드립니다.
2018년 10월
쿠니무라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