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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70대 청춘, 박팔용 회장의 '무한' 씨름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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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이 산더미에요."

박팔용 대한씨름협회장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1945년생.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박 회장의 행보는 웬만한 20대 청춘 못지않다. 협회 직원들이 "회장님 일 처리를 따라가려면 24시간이 부족하다"고 귀띔할 정도. '70대 청춘' 박 회장, 그를 2018년 추석장사씨름대회가 펼쳐진 문경에서 만났다.

▶체중 조정-민속 씨름 출범, 씨름 부활 향한 변화

박 회장이 씨름에 입문한 것은 초등학생 때였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씨름을 하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초등학교 때부터 학창시절 내내 씨름을 했어요. 다만, 전문 선수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어요. 씨름 선수를 그만 둔 이유죠."

아주 현실적인 이유였다. 그는 전문 선수 대신 기업인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한 번 맺은 씨름과의 인연은 지속됐다. 씨름연맹 이사 겸 경기운영본부장으로 현장을 누볐다. 그리고 2016년 여름, 기어이 제42대 대한씨름협회장으로 한국 씨름의 수장에 올랐다.

그의 말처럼 해야 할 일이 태산이다. 씨름은 198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이만기 강호동 이태현 등으로 대표되는 대형 스타를 앞세워 국민 스포츠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오랜 침체기를 통과해야 했다.

변화가 필요했다. 박 회장은 칼을 빼들었다. 가장 먼저 경기 규칙 및 운영 개선에 나섰다. 대표적인 예가 출전 체급의 체중 조정이다. 박 회장은 백두급 체중을 기존 150에서 140, 한라급은 110에서 105 하향 조정했다. 조금 더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위해서다.

"더 많은 팬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는 씨름의 매력을 보여드려야 합니다. 어느 순간 씨름은 '덩치 큰 사람이 하는 만큼 템포가 늦다'는 인식이 생겼어요. 하지만 씨름은 매우 박진감 넘치는 경기입니다. 그래서 기술 씨름을 위해 체중을 하향 조정 했죠. 추가 조정에 대해서도 검토 중입니다."

민속씨름 활성화를 위해 창단 지원 사업도 나섰다. 영암군민속씨름단과 세일국제개발씨름단이 창단했고, 2~3개 씨름단이 창단을 추진하고 있다. 박 회장은 이를 통해 2019년 시범 리그를 거쳐 2020년 민속리그(프로)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민속씨름단, 즉 프로를 출범하면 더 많은 팬과 호흡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민속리그가 출범하면 스포츠토토에도 합류할 수 있도록 준비 중입니다."

▶전통 스포츠, 과거 그리고 미래를 위한 투자

미래를 위한 투자에도 아낌이 없다. 협회는 유소년 활성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씨름장 개선 및 물품지원 사업은 물론, 씨름 페스티벌을 통해 어린이들이 씨름을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씨름 캐릭터 개발, 씨름 인형극 등도 어린이 팬에게 다가가는 지름길이다.

"좋은 선수가 나오지 않으면 인기는 물론이고 존폐 자체가 어려워져요. 어릴 때부터 선수들을 적극 육성해야 합니다. 씨름은 온 몸을 이용하는 운동인 만큼 유연성을 기르고 균형을 잡는데 도움이 돼요. 이런 점도 씨름의 강점으로 보여줄 수 있는거죠."

과거를 계승하는 것도 미래를 밝히는 일 중 하나다. 특히 씨름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보존하고 발전시켜 계승해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씨름은 지난해 국가무형문화재 131호로 지정됐다. 올해는 유네스코 등재도 눈앞에 두고 있다.

씨름을 기록하고 보존하기 위해 아카이브 구축에 힘 쏟고 있다.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우리 씨름을 배우고 싶어 하는 인구가 많아요. 하지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죠. 아카이브를 구축하면 전 세계에 씨름 기술 등을 널리 알릴 수 있지 않을까요."

박 회장의 행보에는 거침이 없다. 뚜렷한 목표가 있기에 가능하다. "팬이 없는 스포츠는 존재 이유가 없어요. 더 많은 팬과 함께 해야 합니다. 기존의 팬은 물론이고 젊은 층까지 즐길 수 있도록 해야죠. 최근에는 여성씨름의 인기가 높아요. 우선 전국체육대회 시범종목에 포함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이 정말 많네요."

씨름의 부활을 위한 박 회장의 기분 좋은 구슬땀. 그가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 뒤로 씨름 부흥의 씨앗이 뿌려지고 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