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4년차 전병우(롯데 자이언츠)의 1군 생활은 불과 한 달여 전 시작됐다.
지난 9월 4일 확장 엔트리 등록 때 1군에 합류했다. 조원우 롯데 감독이 전병우를 합류시킬 때만 해도 '미래를 위한 투자' 정도로 생각됐다. 동아대를 졸업한 지난 2015년 2차 3라운드 28순위로 프로에 입단했지만, 첫 시즌 2군 무대를 전전하다 공익 근무 요원으로 병역을 해결하고 복귀한게 올 초였다. 시즌 내내 2군에서 몸을 만들어 온 전병우의 활약 여부엔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었다.
전병우는 1군 등록 첫 날인 지난달 4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팀이 4-5로 뒤지던 9회초 1사 1루에서 대타로 나섰다. KBO리그 세이브 1위인 정우람을 상대로 얻은 기록은 사구. 힘차게 레그킥을 한 왼발에 공을 맞고 출루했다.
그렇게 잊혀지는 듯 했던 전병우, 방망이가 뜨겁다. 15경기 타율 3할3푼3리(24타수 8안타), 출루율 4할2푼9리, 장타율 5할8푼3리다. 지난 9월 28일 고척 넥센 히어로즈전에서는 1군 첫 홈런포를 쏘아 올린데 이어, 하루 뒤 수원 KT 위즈전에서는 4타수 3안타로 팀 승리에 기여했다. 9월 초 8연패 부진을 떨치고 가을야구의 기적을 꿈꾸고 있는 롯데의 숨은 힘으로 자리 잡은 전병우를 지난 9월 30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만났다.
-3안타 경기를 했다.
▶코치님이 상대 투수의 공을 노리고 타석에 들어가라고 했는데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 첫 타석에서는 직구, 이후에는 변화구를 노렸는데 생각했던대로 공이 들어왔다.
-첫 홈런도 쳤다.
▶2군 경기 때는 홈런을 쳐도 관중이 없다보니 큰 감흥이 없었다. 많은 관중들이 보는 1군 경기에서 홈런을 치는 상상을 했는데, 진짜로 이뤄지니 멍했다. 다만 팀이 져서 크게 기쁘진 않았다.
-공익 근무 요원을 거쳐 복귀했다.
▶첫 시즌을 마치고 입대를 결정했다. 나보다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다, 제대 후 다시 야구를 할 수 있는 몸이 만들어질까 걱정은 많았다. 퇴근 후 웨이트로 몸 상태를 유지하는데 주력했다.
-복귀 후 감각을 끌어 올리는게 쉽진 않았을텐데.
▶힘들었다. 하지만 2군 코치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수비나 타격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도해주셨다. 그러다보니 서서히 감각을 찾았고, 자신감도 붙었다.
-훌리오 프랑코 코치는 '전병우는 1군에서 곧바로 통할 타자'라고 칭찬하더라. 구체적으로 지도받은 부분은.
▶타구가 주로 좌측으로 쏠리는 경향이 많았다. 프랑코 코치는 '우중간, 좌중간으로 가는 타구의 질이 좋으니, 그쪽에 포커스를 맞춰보라'고 하셨다. 조언대로 연습에 주력했고, 그러다보니 타석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좋은 결과가 나올 때 1군으로 올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불안하지 않나.
▶조바심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내게는 꾸준한 활약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열심히 하다보면 기회는 자연히 따라올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1군 데뷔 타석에서 사구를 맞고 출루했다.
▶너무 중요한 순간에 타석에 섰다. 갑자기 부름을 받아 얼떨떨 했다. 내 뒤에 (이)대호형이 있었기에 '병살타만 치지 말고 살아 나가자'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사구를 맞고 출루하게 되니 홀가분하더라. 속으로 '잘됐다'는 생각을 했다(웃음).
-내야 요원으로 기대감이 큰데, 본인이 가장 자신있는 포지션은.
▶대학(동아대) 시절에는 주로 2루수로 뛰었는데, 프로에서는 2루와 3루를 번갈아 보고 있다. 어느 자리든 불편하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해낼 자신이 있다.
-남은 시즌 목표는.
▶최근 분에 넘치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야구를 올해만 하는게 아니다. 내년에도 주전 경쟁을 해야 한다. 내 존재감을 발산하는데 주력하고 싶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