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자 야구인이 많아졌다고 해도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다른 팀에서 맞대결을 하는 경우는 참 드물다. 특히 아버지를 상대팀으로 두고 아들이 선발 등판하는 경우는 없었다.
한화 이글스의 김성훈이 30일 아버지가 코치로 재직중인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선발등판하게 되면서 많은 야구팬들의 관심을 받았다.
지도자 아버지와 선수 아들이 상대팀으로 만난 경우는 이번이 4번째. 지난 1990년 롯데 김진영 감독-태평양 내야수 김경기, 1992년 삼성 김성근 감독-LG 내야수 김정준, 2010년 LG 박종훈 감독-SK 내야수 박 윤 등이 있었고, 선발 투수로 아버지 팀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면서 아버지 김 코치가 난감한 상황이됐다. 프로 2년차로 아직 승리가 없는 아들이 첫 승을 하길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과 5위 싸움을 하고 있는 팀의 승리도 필요한 코치의 마음이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경기전 김 코치는 평소와 다름없이 훈련을 진행했다. 선수들에게 내야 펑고를 쳐주면서 잘못된 부분을 세세하게 알려줬다. 선수들은 평소처럼 행동하는 김 코치 앞에서 "오늘은 잘쳐야지"라고 말하며 짖
J게 행동하기도.
KIA 김기태 감독은 경기전 "어릴 때 봤던 조카인데 이렇게 커서 우리와 상대한다"면서 "내가 봐도 대견한데 아버지가 보면 마음이 어떨까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코치에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라며 김 코치가 가질 부담을 안다고 했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팀도 중요하지만 아들이 더중요한게 아닌가"라고 웃으면서 "이럴 때야말로 스포츠맨 정신으로 플레이를 해야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김 코치는 심경을 묻는 질문에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냐"고 하더니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아들은 초반 힘들게 던졌다. 김성훈은 1회말 안타 2개와 몸에 맞는 볼을 내주면서 불안했다. 다행히 안타를 치고 나간 선두 버나디나가 도루실패로 아웃되고, 4번 안치홍과 5번 김주찬을 범타처리하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1-0으로 앞선 2회말엔 아쉽게 안타 1개를 내주고 희생플라이로 1실점해 1-1 동점을 허용.
3회초 한화가 3점을 뽑아 4-1로 앞서면서 김성훈에게 승리 투수의 기회가 오는 듯했다. 하지만 한화 한용덕 감독은 3회말 수비 때 김범수로 투수 교체를 단행하며 승리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이날 김성훈의 기록은 2이닝3안타 1실점이었다.
아들이 일찍 강판되면서 김 코치는 타이거즈의 수비코치로서의 임무만 수행하면 되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다. 광주=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