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독일)=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이재성(홀슈타인 킬)은 큰 결단을 내렸다. 2017년 K리그 MVP이자 K리그 최강팀인 전북의 에이스. 연봉만 8억4400만원을 받았다. 그런 그가 2018년 여름 이적 시장에서 의외의 선택을 했다. 독일 2부리그의 신흥 강호인 홀슈타인 킬로 이적했다.
많은 것을 포기했다. 전북은 에이스를 내줬다. 이적료 150만유로(약 20억원)를 받았지만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이재성은 고액 연봉을 포기했다. 킬로 이적하면서 연봉이 상당부분 삭감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성이 독일로 향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듣기 위해 독일 킬로 향했다. 인터뷰는 21일 가졌다.
▶열망
킬 중앙역 내 한 카페에서 이재성과 마주했다.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핵심 질문부터 했다. "대체 그 많은 돈과 편안한 생활을 포기하고 왜 어려운 길로 들어섰나요?"
이재성은 빙긋이 웃었다. 대답은 간단했다.
"딱 한가지 이유밖에 없었어요. 유럽에서 뛰고 싶었어요."
그는 "마음은 뛰고 싶었는데 사실 불러주는 곳이 많지 않았어요. 자존심 상하는 것도 사실이었죠. 그러나 그것보다는 뛰고 싶다는 열망이 컸어요. 저를 원하는 팀이 킬이었어요. 망설임없이 나왔어요."라고 설명했다.
결단을 내린만큼 생활에는 만족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삶이 펼쳐졌다.
"개인적인 삶이 생겼어요. 학생때부터 전북에 들어온 뒤에도 계속 숙소 생활을 하고 있었죠. 모든 것이 경기에 맞춰져 있었어요. 사실 다 챙겨주잖아요. 독일에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제가 다 챙겨야해요. 삶의 활력소가 생긴 거 같아요."
기분좋게 웃었다.
▶독일
이재성은 가자마자 돌풍을 일으켰다. 진출 후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알렸다.
"사실 정신이 없었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공격포인트가 나왔어요. 지금은 적응하고 플레이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어려움이 조금은 있네요. 그 때의 그 느낌을 찾으려고 하고 있어요. 마음 편하게 경기에 몸을 맡겨야겠어요."(참고로 이재성은 인터뷰 후 열린 경기에서 다시 살아났다. 28일 다름슈타트전에서는 시즌 3호 도움을 기록했다. 5경기만의 공격포인트였다.)
팀에도 빨리 적응하고 있다. 이재성은 "선수들이 모두 잘해줘요. 요나스, 마사야 등과 친해요. 선수들이 독일어도 가르쳐주고 내가 한국어도 가르쳐주고 있어요"고 말했다.
2부리그 수준은 어떨까. 이재성은 쉽지 않은 리그라고 했다.
"생각대로 조금 터프해요. 제게는 좋죠. 피지컬적인 벽을 넘어서고 싶었거든요. 이런 선수들과 경기하면서 살아남는 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2부리그 수준이요? 90분 내내 벌어짐이 없이 경기를 하는 리그에요. 생각의 속도를 빠르게 하고 영리하게 해야해요. 짧은 순간 스피드를 올려서 수비를 제쳐나가야합니다."
목표는 물론 승격이다. 이는 이청용(보훔) 황희찬(함부르크) 등과 같았다. 홀슈타인 킬을 비롯해 그 팀들 역시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이기 때문이다.
"우승과 승격이야말로 우리팀의 목표이자 자존심이에요. 승리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하지요. 경기에 집중하고 포인트를 쌓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라
대표팀 얘기를 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은 이재성에게 아쉬움이었다. 이재성은 2018년 1월까지는 몸이 상당히 좋았다. K리그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정작 월드컵에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이재성은 자신의 탓이라고 했다.
"많이 쉬지 못한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거는 핑계일 뿐이지요. 선수는 항상 준비된 모습으로 경기장에 나가야해요. 제 준비부족이었습니다. 아직 실력이 부족했어요."
이재성은 영리한 플레이가 장기다. 특히 공간으로 뛰어들어가면서 연계해주는 것에 능하다. 그러나 월드컵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월드컵에서 제가 좋아하고 자신있는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해서 속상했어요. 제 실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도 했지요. 여기에서 경험을 쌓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그런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을까 연구하고 있습니다. 4년 후에는 더 좋은 플레이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그래도 독일과의 마지막 경기는 기쁨이었다. 한국은 디펜딩챔피언 독일을 2대0으로 눌렀다.
"킬에 오니까 팬분들이 '월드챔피언을 이긴 '리(LEE))가 왔다'는 문구가 있는 티셔츠를 주시더라고요. 팬분들도 그렇고 선수들도 우리가 독일을 이긴 것을 알고 있어서 좋았어요. 선수들은 '한국이 독일보다 더 잘하니까 한국으로 돌아가'라면서 농담을 하기도 합니다. 덕분에 좀 더 당당하게 생활하고 있어요."
▶아시안컵 그리고 아시안게임
이재성의 눈은 2019년 1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을 향해있다. 물론 목표는 우승이다.
"제가 소속팀에서 우승을 많이 했잖아요. 대표팀에서도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을 해보고 싶었요. 정말 아시안컵 우승컵을 들어보고 싶어요. 이번이 분명 좋은 기회에요. 분명 결승전까지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시안게임에 대한 감회도 물었다. 이재성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이었다. 그런 그에게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그 의미가 남달랐다. 그는 금메달을 일궈낸 후배 그리고 동료 선수들에게 애정어린 조언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9월 A매치 때문에 한국에 갔을 때 결승전을 봤어요. 그 친구들이 우승해서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더라고요. 그리고 금메달을 따냈죠. 제가 그랬던 것처럼 이제 그 선수들도 꿈을 더 높게 잡았으면 좋겠어요. 꿈이요? 각자 다르겠지만 축구 선수라면 유럽에 나오는 것이 꿈이 될 수 있겠죠. 한국 특성상 군대 때문에 못 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제 나올 수 있으니까요. 기대가 커요. 다만 조금이라도 빨리 나올 수 있으면 좋을 거 같아요. 조금이라도 지체되면 나가기 더 힘들어지더라고요. 다들 잘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