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이었다.
양팀 모두 승리를 바라는 마음은 같다. 그러나 지향점이 다르다.
경남은 지난 2006년 창단 이후 12년 만에 첫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을 바라고 있다. 3위 이내의 성적을 시즌 종료까지 유지할 경우 2002년 대전, 2015년 성남에 이어 시도민구단으로는 세 번째로 ACL행 티켓을 따낼 수 있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ACL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았다"며 겸손함을 보였던 김종부 경남 감독이었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난 현재 김 감독은 ACL행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로서는 3위가 가시권이다. 정신적으로 나약하지 않으면 ACL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 스플릿 시스템 돌입 전 최대한 승점을 쌓아놓고 울산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이날 승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천은 탈꼴찌를 바라고 있다. 인천은 2013년 승강제가 도입된 뒤 단 한 차례도 강등되지 않은 시도민구단이다. 2년 전에도 마지막 10경기에서 6승3무1패로 극적으로 살아남았다. 올 시즌 여름부터 잔류 미션을 안고 인천 지휘봉을 잡은 욘 안데르센 감독은 "선수들에게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선수들이 이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압박감을 가지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긍정적인 자신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30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인천-경남의 K리그1 31라운드.
양팀 감독은 모두 비장의 카드를 숨겨두고 스타트를 끊었다. 경남은 핵심 공격수 네게바를 선발이 아닌 교체명단에 포함시켰다. 김 감독은 "네게바는 현재 컨디션이 가장 좋은 선수다. 선발로 나선 자원들도 최대전력으로 보지만 네게바가 후반에 반전을 일으켜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데르센 감독도 '월드컵 스타' 문선민을 교체명단에 두고 후반을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안데르센 감독은 "이번 주는 일주일에 3경기를 치른다. 피지컬적인 문제가 생길 것을 대비해 쿠비를 먼저 선발에 합류시켰다. 로테이션 개념"이라고 말했다.
뚜껑이 열렸다. 양팀 모두 웃지 못했다. 팽팽하던 승부는 전반 38분 실수로 갈렸다. 오른쪽 측면 크로스를 넘어지며 슈팅을 시도한 말컹을 지나치자 정 산 골키퍼가 가까스로 쳐냈다. 한데 공이 경남 공격수 김효기의 앞으로 향했고 김효기는 아무도 없는 골문으로 가볍게 차넣어 결승골을 터뜨렸다.
예고대로 네게바를 후반에 투입해 공격력을 강화한 경남은 파상공세를 펼친 인천에 빠른 역습을 단행, 후반 17분 파울링요가 추가골을 보탰다.
이 때까지만 해도 경남의 완승이 엿보였다. 그러나 인천의 거센 반격이 시작됐다. 후반 34분 아길라르의 추격골을 시작으로 후반 42분 무고사의 동점골로 2대2로 비겼다.
경남의 ACL 매직넘버는 -10에서 -12로 늘어났다. 인천은 전남(승점 29)과의 격차를 2점으로 좁히는데 만족해야 했다.
한편, 제리치(강원)과 득점왕 경쟁 중인 말컹은 후반 26분 부상으로 들것에 실려나갔다. 인천=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