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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모바일게임과 이스터에그, 그리고 팬텀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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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레디플레이어원'은 다양한 서브컬처로 팬들의 극찬을 받았다. 특히, 영화 핵심주제로 관통하고 있는 이스터에그는 모두의 공감대를 사며 잊혀진 유저들의 추억을 되살리기에 충분했다.

영화 속 후반부에 등장하는 아타리 2600의 어드벤처는 게임 속에 이스터에그를 처음으로 숨긴 것으로 잘 알려진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후 게임은 물론 각종 문화콘텐츠 속에 제작자가 애정을 품고 특정한 메시지를 숨겨놓거나 재미를 위해 본편의 내용과 상관없는 콘텐츠를 포함시킨 것을 통칭해 이스터에그로 취급해왔다.

무엇보다 게임 속 이스터에그는 개발자와 유저들과의 소통의 창구로 작용했다. 전편을 잊지 못하는 유저들을 위해 후속편에 몰래 전편과 관련된 문구나 이미지를 삽입하거나 특정 유저와 개발자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경우도 있으며, 후속편을 예고하는 이스터에그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해 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게임 속 이스터에그는 자취를 감췄다. 게임이 하나의 산업화로 자리잡았고 흥행과 성적 중심의 양산형 게임이 만들어지며 게임 속 이스터에그도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 시장은 2010년대 전후로 모바일게임 시장이 급속도로 발전하며 이스터에그는 완전히 사라졌다. 몇몇 게임에 오마주가 남아있기는 했지만 큰 게임사들의 규모의 경제와 프로젝트가 대형화 혹은 가속화 되면서 게임 속의 또 다른 재미인 이스터에그는 다른 나라 이야기가 됐다.

이스터에그가 없어진 시점은 과금 위주의 모바일게임이 팽창한 시기와 궤를 같이 한다. 더 이상 게임은 개발자와 유저 모두가 즐기는 게임이 아닌 게임사가 유저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콘텐츠로 변해버린 것이다.

한국 게임계는 효율적인 산업화를 진행하면서 규모가 커지고 해외시장에서 게임 서비스를 이어갈 충분한 경쟁력을 얻었다. 하지만 동시에 다양하게 느낄 수 있는 재미들이 사라진 것이 사실이다. 성장 중심의 경쟁 콘텐츠가 최근 모바일게임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이스터에그는 하나의 숨겨진 요소를 넘어 개발자 역시 게임을 즐기고 유저가 찾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내포된 하나의 열쇠다. 하지만 이제는 개발자조차 즐겁게 게임을 즐기지 못하는 게임이 너무 많아졌다.



넷마블 팬텀게이트는 의도적으로 게임 속에 이스터에그를 숨겨놓아 유저들의 플레이를 유도하고 있다. 이스터에그는 본디 개발자가 숨겨둔 의도를 드러내지 않아야 그 가치가 더욱 빛나지만 팬텀게이트는 이스터에그의 기능을 반대로 활용, 개발자가 직접 유저들과의 소통을 유도하고 게임의 완성도와 재미를 직접적으로 홍보하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일반적이지 않지만 팬텀게이트의 시도는 상당히 신선하게 느껴진다. 과거에는 많은 개발자들이 시도했던 형태로 완전히 새롭다고 보긴 어렵지만 최근 시장에서 대부분 사라진 형태이며 쉽고 편한 게임 중심의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팬텀게이트의 이스터에그는 유저들의 도전의식을 자극한다.

배경을 활용해 숨겨진 공간을 만들거나 올드게임인 동킹콩을 패러디 하는 등 과거 모바일게임에서 볼 수 없었던 형태의 재미를 유저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유저들의 반응 역시 나쁘지 않다. 일반적으로 모바일게임의 콘텐츠가 2~3분 내외에서 소비되는데, 팬텀게이트의 이스터에그는 30분 이상 고민하고 도전해야 하는 난이도로 콘솔게임에서 보아왔던 형태에 가깝다.

아직 팬텀게이트가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이스터에그는 개발자의 애정이 녹아있으며 이를 유저들이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비록 상위권 매출을 기록하지 못하더라도 팬텀게이트는 이러한 유저 기반이 유지된다면 꾸준히 게임을 업데이트하면서 서비스할 가능성이 높다.

팬텀게이트의 이스터에그는 의도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의 모바일게임 시장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성장과 경쟁 중심의 콘텐츠가 아닌 유저들이 신선하게 느끼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콘텐츠가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

많은 게임사들이 '게임의 근본적인 재미나 유저의 소통이 부족하지 않았는지'를 돌아보고 생각해야할 시기다.

김도아 게임인사이트 기자 kda@gam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