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기를 겪고 있는 KBL(한국농구연맹)은 도약을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팬들의 눈높이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KBL 내부에서도 변화와 혁신, 소통이라는 단어가 나오고 있다. '농구의 위기'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마카오에서 막을 내린 아시아리그 '터리픽12'는 국내 농구에 신선한 충격파를 던졌다.
한국 일본 중국 대만 필리핀 등 농구리그가 활성화 되어있는 5개국 12개 상위팀이 참가해 열전을 펼쳤다. 한국은 서울 삼성 썬더스와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가 출전했다. 삼성은 3위, 현대모비스는 1승1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삼성과 현대모비스 관계자들은 "대회 운영은 매끄러웠고, 규모와 투자마인드 등 여러 가지가 솔직히 부러웠다. 전지훈련을 겸한 프리시즌 여정으로 훌륭한 경험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마카오 스튜디오시티 호텔내 이벤트센터에서 모든 경기가 열렸다. 음향 시스템과 관중석, 코트 등 인프라는 훌륭했다. 빠른 비트의 응원곡과 조명 등이 다이내믹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대회 중간에는 아시아 각국 인기가수들이 출연해 페스티벌을 열기도 했다. 이번 대회는 관중 프로모션을 전혀 하지 않았다. 스튜디오시티호텔 투숙객과 일부 마카오 시민이 전부였다. 하지만 현대모비스와 광저우 롱라이온스의 예선경기는 중국내 인터넷 동시접속자수가 무려 400만명을 넘었다. 신장 플라잉 타이거스(중국)와 아에코 그린워리어스(필리핀)전은 중국내 시청자수만 600만명에 달했다.
모든 팀을 초청하고 경기장을 임대해 코트를 설치하고 각국 미디어와 관계자들을 초청하는 등 대회 예산은 수십억원 규모였다. 관중 입장료를 고민하지 않고도 중계권과 모바일 광고 등으로 필요한 수익을 창출했다. 대회상금은 우승이 15만달러(약 1억6700만원), 준우승 10만달러, 3위 5만달러였다. KBL은 정규리그 1위 상금이 1억원, 챔피언결정전 우승 상금이 1억원이다.
대회 주최측 초청으로 터리픽12을 며칠간 둘러본 이정대 KBL 총재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농구가 가진 가능성과 아시아내 투자모델로서의 입지 등을 확인했다고 했다. 국내농구 활성화에도 좋은 본보기가 될 수있다고 했다.
아시아리그 한국 마케팅 총괄 한기윤씨(40)는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와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등에서 통역 국제업무를 담당했다. 4년전부터 아시아리그에서 일하고 있다. 아시아리그는 '슈퍼8'과 '터리픽12' 대회를 개최중이다. 한기윤씨는 "오는 11월에 워크숍을 통해 내년 출전팀을 늘릴 고민도 하고 있다. 아직은 투자 단계다. 일단 아시아내 농구 파이를 키우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위해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아직 농구가 크게 발전하지 않은 나라들을 대상으로 농구클리닉, 심판스쿨, 코치스쿨 등을 겸한 컨벤션 대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리그는 지난 8월 한국에서 일반인(성인부 고등부 중등부)을 대상으로 농구대회를 열어 우승팀 멤버들(총 16명)을 이번 터리픽12에 초청하기도 했다.
한기윤씨는 "참가 구단들이 만족해하고 대회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대회가 잘 마무리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