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남북 정상회담 일정이 마무리됨에 따라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길에 올랐던 대기업 총수들이 현업에 북귀한다. 대부분 총수들은 추석 연휴기간 휴식을 취한 뒤 경영 일선에서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복귀 이후에는 방북을 통해 머릿속에 그린 미래 대북 사업 구상을 주요 임직원들과 공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 할 것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유효하다는 한계로 인해 경협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하진 못했지만 방북을 계기로 미래 대북 사업 구상을 가다듬는 기회가 됐기 때문이다.
20일 재계 등에 따르면 삼성, LG, SK 등 방북길에 오른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그룹 미래먹거리 마련 차원에서 신성장동력 사업 마련에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있어 대북 사업의 참여 가능성을 어느 때보다 높이고 있다.
방북단에 포함됐던 경제인 가운데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인물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삼성 총수로서는 처음으로 북한을 찾은 이 부회장은 이번 방북을 계기로 현 정부와의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게 됐고, 리룡남 북한 내각 부총리와의 경제인 면담자리에서 우회적으로 남북 경협에 적극 나서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주요 그룹 총수 가운데 가장 정력적인 활동을 보였다는 점에서 남북경협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최 회장은 "건물도 높아졌지만 나무들도 많이 자란 거 같고 상당히 보기 좋았다"는 방북 소감을 밝혀 경협의 첫 번째 사업으로 거론되고 있는 산림녹화사업 참여의 의지를 나타낸 게 아니냐는 평가도 받았다.
구광모 LG 회장은 방북 경제인 중 최연소인 동시에 취임 후 첫 번째 공식 대외 활동이었다는 점에서 '역할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구 회장은 리룡남 부총리 면담에서 "LG는 전자, 화학, 통신 등의 사업을 하는 기업"이라고 소개한 것을 두고 재계는 경협 참여 의지를 표시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는 이유다.
방북을 통해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낸 것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다. 지난 19일 평양공동선언에서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라는 조건이 붙긴 했지만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정상화한다는 문구가 포함된 만큼 직접적 수혜가 예상된다.
다만 재계 일각에선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의 방북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방북 주요 일정에 현지 경제 상황과 시장 등을 둘러보거나 북한 주요 관리들과의 간담회보다는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 관람, 만경대학생소년궁전 공연 관람, 대동강변 관광, 평양 5·1경기장 집단체조 관람, 백두산 방문 등 관광일정이 주를 이뤘다는 게 이유다.
재계 한 관계자는 "남북 경협 사업의 경우 기업인만의 의지보다는 국제적 대북제재 등의 다양한 정치적 여건이 우선 고려돼야 하는 만큼 당장 특별한 성과가 나오기는 어렵다"며 "방북 총수들이 지로 방북한 대기업 총수들이 기업인들은 당장 무엇을 하겠다는 것보다는 미래 사업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향후 경협 추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