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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스토리] 강승호, 또 한 번의 '탈LG 효과' 수혜자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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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호도 '탈LG 효과'의 수혜자가 될 수 있을까.

'탈LG 효과'라는 얘기만 들으면 LG 트윈스는 진절머리가 난다. 이는 LG에서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한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만 이적하면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다. 한두번이면 그러려니 할 수 있는데, 이런 사례가 너무 빈번하게 발생하다보니 LG는 트레이드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또 우리만 손해보는 트레이드가 되는 것 아닌가'라는 걱정 때문이다.

LG를 떠나 성공한 선수는 수두룩 하다. 2004년 입단 후 1년 만에 KIA 타이거즈로 트레이드 된 이용규는 국가대표 외야수로 우뚝 섰다. 넓은 잠실에서 자신의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던 김상현은 2009 시즌 KIA의 우승을 이끌며 MVP를 수상했다. 김상현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건 박병호. 2005년 1차지명 입단 후 LG가 애지중지 키웠지만, 잠실에서 꽃을 피우지 못하다 결국 투수가 필요해 트레이드 대상에 포함됐던 박병호는 2011년 넥센 히어로즈 이적 후 국내 최고 장타자로 거듭났다. 넥센행 덕에 꿈의 무대 메이저리그에서도 뛸 기회를 얻었다. 2014 시즌 프로야구 역사상 첫 200안타 타자로 이름을 올리며 MVP를 수상한 서건창도 LG 출신이다.

박병호를 데려올 때 사실 넥센이 더 원했던 선수는 바로 정의윤이었다. LG는 정의윤만은 안된다며 박병호를 내줬다. 그 정의윤도 결국 LG에서는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2015년 SK 와이번스로 적을 옮겼고, 그해 중반부터 14개의 홈런을 몰아치더니 2016 시즌에는 27홈런을 치고 올시즌을 앞두고는 FA 계약도 맺었다.

이 '탈LG 효과'의 수혜자가 1명 더 생겨날 조짐이다. 이번 주인공은 SK 와이번스 강승호. 강승호는 불펜 투수가 간절한 LG의 팀 사정 때문에 트레이드 마감 시한이었던 7월31일 문광은과 맞트레이드 됐다. 내야수임에도 공격력이 좋은 강승호 역시 LG가 소중하게 키워온 자원이었다. 올시즌 개막전 주전 2루수로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공-수 양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류중일 감독 눈밖에 났고, 결국 트레이드가 되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

하지만 SK는 강승호에게 새로운 기회의 땅이었다. SK에는 김성현, 나주환, 최 항 등 2루수로 뛸 수 있는 자원들이 많지만 이들 역시 확실한 붙박이 2루수라고 하기 힘든 선수들이다. 나주환이 최근 기회를 잡지 못하는 사이 김성현이 유격수로 자리를 이동했고, 최 항도 공-수 약점이 뚜렷해 주전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사이 강승호가 합류했다. 처음에는 내야 전포지션 투입되며 힐만 감독의 시험대에 오른 강승호는 강력한 공격력으로 단숨에 힐만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LG에서는 5월1일 한화 이글스전 이후 출전 기록이 없었는데, SK에 넘어와 8월 1달 11경기 기회를 얻으며 타율 4할을 찍었다.

9월 중순부터는 입지가 더욱 탄탄해졌다. 최근 10경기 주전 2루수로 뛰는 경기가 늘어나며 31타수 10안타 타율 3할2푼3리 5타점 3도루를 기록했다. 하위 타선에서 쏠쏠한 활약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약점으로 지적받던 수비에서도 아직은 큰 사고를 치고 있지 않다. 이적하자마자 새 팀에서 적응하고, 자리를 꿰차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강승호는 분명 LG에서보다 더 가치있는 선수가 되고 있다.

중심 타선이 워낙 강한 SK 입장에서는 강승호가 7~8번 타순에서 중요한 순간 안타 1~2개씩만 쳐줘도 엄청난 이득이다. 처음에는 강승호에 대해 반신반의했던 힐만 감독도 이제는 어느정도 인정을 하는 모습. 힐만 감독은 "사실 강승호에 대해 거의 몰랐다. 최근 긴 시간 면담을 하며 어떤 포지션을 좋아하는지, 어떤 성향의 타자인지 알아가는 과정을 거쳤다. 솔직히 나도 강승호가 이렇게 잘해줄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었다. 강승호 때문에 출전 시간이 줄어드는 선수가 생기고 있는데, 그 선수들도 강승호의 활약을 인정하기 때문에 팀 분위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강승호의 활약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