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SK 와이번스-한화 이글스전에 앞서 청주에는 오전부터 부슬비가 내렸다. 경기 시작 직전에는 빗줄기가 제법 굵었다. 우천 취소를 예상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날 SK 선발은 김광현. 리그 최고의 에이스지만 한화전에는 유독 더 잘 던진다. 김광현은 전날까지 한화를 상대로 2전전승, 평균자책점 0.69를 기록했다. 13일 한화전에서 6⅔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박종훈과 함께 한화 입장에선 '저승 사자'. 이날 경기가 비로 순연되면 잔여경기 일정은 재조정된다. 청주가 아닌 대전에서 열리게 된다. 한화 구단에도 제2 홈구장인 청주경기는 여러 가지 부담스럽다. 이동이 불가피하고 라커룸도 불편하다. 또 상대 선발은 김광현이 아닌가. 내심 우천취소를 바랄 수 있는 상황. 전날 1대2 석패로 팀분위기도 가라앉은 상태였다.
하지만 우천 취소를 바라는 마음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한화 구단 관계자 중 한 명은 다른 의견을 피력했다. "어차피 할 경기는 하는 것이 낫다. 김광현의 볼을 한번이라도 더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가을야구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은 팀이고, 만날 수 있느 투수다. 올해 우리 팀에는 젊은 선수들이 많다. 김광현의 볼을 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많이 봐야 익숙해진다. 오늘 우리 타선이 강하게 밀어붙인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없다."
하지만 바람대로 되진 않았다. 한화는 5대7로 졌다. 전날(13일) 1대2 석패에 이어 2연패. 한화 선발 김성훈은 4회를 넘기지 못하고 물러났다. SK 김강민은 만루홈런을 때렸다.
김광현은 늘 그렇듯이 강했다. 한화전이라 더 강했다. 김광현은 6이닝 동안 4안타 1실점으로 시즌 10승째(6패)를 밟았다. 최구구속 150km의 빠른 볼에 커브와 슬라이더, 투심 패스트볼을 섞어 던졌다. 이날 한화 타선은 김광현이 내려가자 마자 활기를 띄었다. 과연 가을에 SK와 한화가 다시 만날까. 김광현은 또다시 한화 타자들을 상대할까. 그렇다면 그 결과는?
청주=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