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언드핸드스로 박종훈은 2년 연속 10승을 달성했다. 명실상부한 KBO리그 최고의 잠수함 투수다. 특히 릴리스포인트가 거의 땅에 붙어 나오는 특이한 투구폼이다. 또 하나의 눈여겨볼 점이 있다. 바로 한화 이글스의 '천적'. 13일 청주야구장 마운드에 오른 박종훈은 유난히 자주 웃었다. 1사 1,2루 위기에서 삼진을 잡을 때도 이가 드러날 정도로 웃었다. 여유가 넘쳤다. 이유는 간단했다. 상대가 한화니까.
박종훈은 지난해 한화를 상대로 6경기에서 5승을 챙겼다. 12승 중 무려 5승이 한화를 상대로 거둔 승수였다. 평균자책점은 1.23에 불과했다. 난공불락.
올해도 사정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전날까지 2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은 0.66. 이날도 박종훈은 호투했다. 1회말 3번 송광민에게 불의의 좌중월 1점홈런을 내줬지만 이후에는 거의 흔들리지 않았다. 5회 1사 1,2루 위기가 왔지만 9번 정은원을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1번 정근우의 직선타는 박종훈의 얼굴로 날아들었으나 반사적으로 글러브를 갖다대 실점을 막았다. 운도 따랐다. 6회까지 1실점 호투였고, 투구수는 불과 74개 밖에 되지 않았다. 박종훈은 이날 6⅔이닝 동안 95개의 볼을 던지며 4안타(1홈런) 1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팀은 2대1로 이겼고, 박종훈은 시즌 12승째(7패)로 지난해 자신의 개인최다승(12승) 타이를 이뤘다.
이날 경기에 앞서 한용덕 한화 감독은 "박종훈의 볼을 너무 못치고 있다. 오늘은 다른 방도가 없다. 어떻게든 타석에 바짝 붙어 박종훈을 압박하는 것이다. 몸에 맞고 나간다는 생각으로 달려들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화 타자들은 그 어느때보다 적극성을 띄었지만 제대로된 콘택트가 쉽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박종훈의 피칭에 타이밍 자체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한화는 전날까지 잠수함 유형 투수를 상대로 팀타율이 2할5푼5리로 꼴찌였다. 1위는 SK로 3할1푼9리. 한화의 '잠수함 포비아'는 박종훈 공략 실패에서 비롯된 셈이다.
청주=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