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선수 보강 실패로 지난 시즌과 같은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한 제주는 힘겹게 전반기를 버텼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조기 탈락했지만, 리그에서는 3위에 자리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성적이 수직하락했다. 후반기 첫 경기였던 수원전 승리(3대2)를 제외하고 11경기 동안 이기지 못했다. 승점 6(6무5패)을 더하는데 그친 제주는 8위(승점 33)까지 추락했다. ACL 출전권은 고사하고 상위 스플릿 진출 조차 불투명해졌다.
제주 부진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전력 노출이다. 제주는 지난 시즌부터 3-4-1-2 포메이션을 전면에 내세웠다. 불안한 수비를 보강하고, 중앙쪽의 파괴력을 활용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지난 시즌에는 멋지게 맞아떨어졌다. 제주는 막강 스리백과 막강 미드필드진을 앞세워 리그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렇다할 전력 보강을 하지 못한 제주는 올 시즌에도 3-4-1-2 카드를 꺼냈다. 전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어느 정도 통했다. 후반기 들어서 완전히 무너졌다. 상대에 패턴이 읽히며, 겉잡을 수 없이 추락했다. 그나마 잘해주던 수비까지 흔들렸다. 외국인 선수들이 부진에 빠진 공격은 리그 최하 수준이었다. 3-1-4-2 등 미드필드 위치 조정으로 변화를 노렸지만, 여의치 않았다.
결국 조성환 제주 감독은 포백 전환을 선언했다. 조 감독은 주변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스리백 카드를 포기하지 않았다. 선수들이 스리백을 더 편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스리백에 익숙해진 선수들이 포백에 대한 불안감을 보였다. 하지만 더 이상 두고볼 수 없었다. 제주는 2일 포항과의 원정 경기(2대2 무)에서 4-4-2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지난해 6월 징계로 수비진이 붕괴된 강원전(1대2 패)에서 한차례 포백을 사용한 이후, 1년3개월만에 실전에서 가동된 포백이었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일단 공격이 살아났다. 3-4-1-2 형태에서는 좌우 윙백들의 공격력이 부족해 중앙에 하중이 걸릴 수 밖에 없었다. 앞선에서 공격을 이끌어줘야 하는 외인 공격수들의 부진까지 겹치며 골을 넣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4-4-2에서 좌우 윙어들이 적극적으로 공간을 만들며 공격 패턴이 더 다양해졌다. 중앙에 포진한 '에이스' 이창민도 살아났다. 진성욱과 마그노의 마무리가 아쉬웠지만, 전체적으로 활발한 경기를 펼쳤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다.
수비도 나쁘지 않았다. 우려했던 조직력은 괜찮았다. 두줄수비의 핵심인 미드필드와 수비간 간격도 좋았다. 순간적으로 공격수를 놓치며 동점을 허용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안정감이 있었다.
물론 보완할 점도 많았다. 그런 의미에서 2주간의 A매치 휴식기는 제주에게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조 감독은 이 기간 동안 포백 라인 완성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포백 전환이라는 최후의 수까지 꺼내든 제주, 이 모험이 통할 경우 반전의 신호탄을 쏘아올릴 수 있다. 아직 시간은 남아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