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가 느껴지는 투구였다. 유희관의 막판 반전이 시작될까.
두산 베어스 유희관은 5일 잠실 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 등판했다.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첫 등판이었다.
올 시즌 부진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있는 유희관은 휴식기 전 마지막 등판 내용이 가장 좋지 않았다. 지난달 12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1회초 아웃카운트 2개만 잡고 7안타 1볼넷 5실점으로 무너지며 조기 강판됐다. 7월 19일 롯데전(6이닝 1실점) 이후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등판 6이닝 3자책 이하) 실패였다.
휴식이 큰 도움이 된 것일까. KIA 타선을 상대한 유희관은 깔끔한 투구로 무실점을 기록했다. 두산이 전날(4일) 경기에서 KIA에 5대10 역전패를 했기 때문에, 초반 흐름을 넘겨주면 2연전을 모두 내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유희관은 KIA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1회초 로저 버나디나-김선빈-최형우로 이어지는 상위 타선을 삼자범퇴로 처리한 후 2회 안치홍-이범호-나지완을 삼진-뜬공-뜬공으로 잡아냈다. 3회에도 정성훈-김민식-유재신 하위 타선을 호수비까지 보태 잠재웠다. 3회까지 단 한번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타순이 한바퀴 돌면서 KIA 타자들도 유희관의 공을 좀 더 수월하게 커트했지만, 위기 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4회 선두타자 버나디나에게 첫 안타를 내준 이후 김선빈과 최형우를 외야 뜬공으로 처리했고, 안치홍을 2루 땅볼로 가볍게 아웃시켰다. 5회에는 노아웃에 이범호 안타, 나지완 볼넷으로 첫 고비를 맞았으나 유희관이 앞섰다. 강공으로 밀어붙인 KIA의 하위타선을 모두 뜬공으로 잡아냈다. 6회 2사 2루에서도 안치홍을 3루수 앞 땅볼로 처리해 실점 없이 이닝을 막았다.
가장 큰 고비는 7회에 찾아왔다. 유희관은 1사에 나지완-정성훈-홍재호에게 3연속 안타를 허용해 1사 만루에 몰렸다. 투구수 92개. 두산 벤치가 투수를 장원준으로 교체하면서 유희관은 2% 아쉬움을 남겨두고 물러났다. 장원준이 최원준의 내야 땅볼때 유희관의 책임 주자 1명을 들여보냈지만, 추가점 없이 위기를 잘막아냈다. 유희관은 6⅓이닝 6안타 2탈삼진 1볼넷 1실점의 기록으로 KIA전 등판을 마쳤다. 팀도 14대1로 대승을 거뒀다. 유희관은 시즌 7승을 수확한 동시에 5경기만의 퀄리티스타트로 산뜻하게 9월을 시작했다.
잠실=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