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안고 귀국했지만 야구 대표팀을 향한 비난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대표선수 선발과정과 경기력 논란. 그리고 오지환(LG 트윈스)-박해민(삼성 라이온즈)을 중심으로 제기된 고의적인 병역 연기와 대표팀 승선. 논의의 틀은 야구계를 벗어나 국민적인 관심사가 됐다. 급기야 병무청이 나서서 병역특례 제도 전반을 개선하겠다고 선언했다. 폐지까지 거론됐다. 이른바 '오지환-박해민 법'이 만들어 질 가능성이 높다.
병무청은 지난 3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병역특례 제도에 대해 전면 재검토 입장을 밝혔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안으로의 개선을 약속했다. 이는 잣대가 더 엄격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향후 병역특례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체육계에만 머물지 않는다. 예술계도 마찬가지. 국제예술경연대회, 국내예술경연대회 입상자에게 주어지던 병역혜택 또한 도마에 올랐다.
1973년에 마련된 현재의 병역 특례조항은 시대에 뒤처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혜택'은 일단 주어져 굳어지면 향후 자격을 갖춘 이는 이를 '권리'로 인식하기 쉽다. 앞선 선임자들이 받았던 혜택을 이런 저런 이유로 박탈하거나 축소시키기란 쉽지 않았다. 병역자원의 감소로 인해 향후 전환복무(전투병이 아닌 전투경찰이나 소방원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하는)도 폐지되는 마당에 병역혜택 제도의 손질은 이미 한참전에 논의됐어야할 부분이었다. 국민적 공감대가 마련된 지금이야말로 적기다.
오지환과 박해민을 둘러싼 논란은 여러 가지가 복합됐다. 팬들과 국민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가 겹쳤다. 오지환에게 비난의 화살이 집중돼 있지만 박해민도 별반 다를 바 없다. 경기력 측면에선 둘다 백업이다. 둘이 없었다고 해도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무난하게 땄을 것이다. 둘은 상대적으로 혜택이 적은 상무나 경찰청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금메달 병역혜택(사실상 면제)만을 바라며 입대 시기를 끝까지 늦췄다. 미운 털이 박힐 수 밖에 없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준 야구대표팀의 경기력은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었다. 첫 경기 대만전(1대2 패) 이후 답답한 흐름은 이어졌다. 프로 최고의 선수들로 드림팀을 꾸렸지만 압도적인 경기력은 아니었다. 애초부터 실업+프로 혼합팀인 대만, 사회인(실업) 야구 선수들로 팀을 꾸린 일본은 한국의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두 팀과 한국은 대충 겨뤄볼만한 경기를 펼쳤다.
이번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은 모두 9명이 병역혜택을 받는다. 축구는 20명이 혜택을 받게 된다. 하지만 축구대표팀을 향한 비난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찬사, 박수가 많다. 야구는 정반대다. 지난 3일 야구대표팀 입국장에는 흔한 축하, 격려 플래카드 하나 없었다. 국민들은 야구대표팀이 손쉬운 대회에서 손쉽게 금메달을 땄고 생각한다. 많은 이들은 땀과 노력에 박수를 보낼만한 대회가 아니었다고 판단한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수십개의 관련 청원이 올라와 있다. 병역특례 제도 개혁에 대한 동력은 충분히 만들어진 셈이다.
법적 제도변경이 이뤄지면 스포츠계 병역특례는 당장 2020년 도쿄 올림픽부터 적용되게 된다. 대한체육회 차원에서 고민중인 '마일리지 제도'가 도입된다면 프로 선수들의 병역혜택 가능성은 더 희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프로 선수들의 마지막 병역특례 잔치로 기억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