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대표팀의 금메달을 기원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여전히 원하지 않을 지 몰라도, 야구대표팀이 이왕 결승에 오른 이상 시원하게 금메달을 따길 바란다. 그리고 그들의 선전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결승전에서 안정적이고 압도적인 실력으로 이겨주길 응원한다. 그래서 이제껏 실망감이 쌓인 야구팬들의 마음을 좀 어루만져 줬으면 좋겠다.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은 천신만고 끝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에 올랐다. 선 감독의 "꼭 대만이었으면 좋겠다"는 리벤지의 바람은 결국 무산됐다. 대만이 31일 열린 일본과의 슈퍼라운드 2차전에서 0대5로 패하면서 슈퍼라운드 3위가 된 까닭이다. 이로써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 한-일전이 20년만에 성사됐다.
여기까지 온 이상, 대표팀을 둘러싼 모든 논란은 잠시 스톱이다. 특히나 결승 상대는 숙명의 라이벌 일본 아닌가. 비록 상대가 비(非) 프로인 사회인야구 선수 대표팀이라고 해도 실력을 무시할 순 없다. 한국은 슈퍼라운드 1차전에서 일본에 5대1로 이겼다. 4점차, 승리를 만들기에는 넉넉하다. 그러나 한국은 전원이 프로 A급 스타가 모인 '드림팀'이다. 그렇게 보면 득점이 조금 아쉬웠기도 하다.
반대로 보면 일본의 준비가 그만큼 탄탄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들은 이미 6월과 8월에 합숙 훈련을 며칠씩 하면서 호흡을 맞춰왔다. 한국을 가상 상대로 정해놓고 한 연습도 수차례 해왔다고 한다. 심지어 1차 라운드가 끝나고, 대회 기간 유일한 휴식일이던 지난 8월29일에도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훈련을 했다. 다음날 낮 12시(이상 현지시각)에 예정된 슈퍼라운드 한국전을 대비한 훈련이었다. 일본의 이런 준비성은 언제나 등골을 서늘하게 한다.
다행히 한국은 슈퍼라운드에서 이런 일본을 꺾었다. 이는 결승전에서 자신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방심할 순 없다. 코칭스태프와 선수가 하나의 목표로 한 마음이 돼 경기에 임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감격적으로 금메달을 따면 차갑게 식은 야구 팬들의 마음도 어느 정도는 따뜻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게다가 한국 대표팀의 금메달을 바라는 이유는 또 있다. 그간 대표팀을 둘러싼 여러 논란 가운데 일부는 아시안게임 이후에 더욱 본격적으로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 이를 테면, 대표팀 선발과정의 공정성 확보나 국제대회의 아마추어 대학선수 쿼터 보장 등이다. 이해 당사자간 현안을 보는 시각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상당히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이런 치열한 논쟁을 건강하게 이끌어가려면 금메달을 따는 게 더 낫다. 결승에서 지면 또 다른 비난과 비판의 후폭풍이 대표팀이 가진 문제의 본질을 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성취는 성취로 인정하되, 그 과정에서 나온 오류나 실수를 찾아내 고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런 과정이 한국 야구의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이제껏 수많은 야구대표팀이 나왔지만,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 만큼 논란에 휩싸이고 팬들의 사랑과 응원을 받지 못한 팀이 없었다. 이는 이 대표팀이 태생적으로, 그리고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그 문제를 양지로 이끌어내려면 금메달을 따고 난 뒤가 더 효율적이다. 또한 이는 '금메달만 따면 다 덮어진다'는 식의 구태의연한 발상까지도 함께 부수는 극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한국 야구대표팀의 금메달을 기원한다. 그래서 그 금메달이 현안 개선의 초석이 되길 바란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