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거리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 중인 야구대표팀 '선동열 호'가 뒤늦게 본래의 경기력을 되찾았다. 실전을 거듭할 수록 기본 실력들이 나오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런데 이런 기류 속에 우려되는 점이 포착된다. 바로 예기치 못한 부상이다. 금메달 획득을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아찔한 장면이 가끔 나온다. 다치면 안된다. 개인과 대표팀, 그리고 소속팀을 위해서 모두 큰 손실이다. 적당히 뛰라는 소리는 아니지만, 한번 더 조심할 필요는 있다.
일단 가장 걱정되는 인물은 바로 지난 30일 일본과의 슈퍼라운드 1차전 선발로 나와 2이닝을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교체된 우완선발 최원태(21·넥센 히어로즈)다. 최원태는 까다로운 상대인 일본전의 첫 머리를 잘 열었다. 1회에 보여준 모습은 그가 왜 올해 KBO리그에서 토종 선발 중 다승 1위(13승)를 달리고 있는 지를 잘 보여줬다.
그러나 2회 들어 갑자기 제구가 흔들렸다. 볼넷까지 1개 허용하며 고전한 끝에 겨우 무실점 이닝을 이어갔지만 3회에 이용찬으로 교체됐다. 알고보니 팔꿈치가 불편했기 때문이다. 선동열 감독은 "원래 이용찬을 뒤에 쓰려고 했는데, 예상보다는 빨리 투입하게 됐다. 최원태가 2회 들어 팔꿈치 불편함을 호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지에서 대표팀을 지원하고 있는 KBO측은 경기가 끝난 뒤 "현재 심각한 상황은 아닌 듯 하지만, 일단 대한체육회 의무실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아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단순한 불편함에 그친다면 천만 다행이다. 어쨌든 통증이 생겼으니까 남은 대표팀 경기에는 휴식을 취하는 게 낫다. 그러나 최원태는 할 일이 앞으로도 많다. 정규시즌도 마저 소화해야 하고, 개인 최다승 신기록도 노려볼 만 하다. 무엇보다 포스트시즌 가능성이 있다. 더 신중히 몸상태를 체크해야 한다.
앞으로 10년 이상 대표팀 부동의 리드오프를 지켜나갈 이정후도 마찬가지다. 이정후 역시 일본전 때 1루로 전력 질주를 하다 베이스를 밟는 과정에서 오른쪽 발목을 살짝 접지르며 통증을 호소했다. 그나마 관절이 유연하고 상황이 심각하지 않아서 이정후는 금세 일어나 정상적인 모습을 되찾았다. 하지만 보는 이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 장면이다.
비단 최원태나 이정후에게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다른 선수들 역시 아시안게임 일정을 마치면 곧바로 4일부터 소속팀에 돌아가 남은 정규시즌을 치러야 한다. 팀에 따라서는 포스트시즌을 소화해야 할 수도 있다. 게다가 대표팀 멤버들은 소속팀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전력이다. 아시안게임에 모든 걸 불태울 필요는 없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