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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 포인트]SUN이 외면한 영웅들이 SUN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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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외면당했던 선수들이 사실은 진짜 영웅이었다. 선동열 감독은 그들을 외면했었지만, 오히려 그들에게 구원 받았다.

오른손 선발 최원태와 리드오프 외야수 이정후, 그리고 거포 3루수 황재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직전에 야구대표팀에 추가로 발탁된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정말 '이 선수들 안 뽑았으면 어쩔 뻔했나'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이 선수들의 활약이 대표팀을 사실상의 결승 진출로 이끈 원동력이었다.

대표팀은 3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GBK야구장에서 열린 일본과의 슈퍼라운드 1차전에서 5대1로 이겼다. 31일 중국전에 이기기만 하면 일본-대만의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무조건 결승에 간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결승까지의 여정이 쉽지 않았다. 지난 26일 대만과의 1차 라운드 첫 경기에서 1대2로 패하며 가시밭길이 예상됐다. 다음 인도네시아전은 15대0, 5회 콜드게임 승리로 끝냈는데, 28일 홍콩전에서 다시 졸전이 펼쳐졌다.

한국 고교팀 수준의 홍콩을 상대로 5회까지 5-2로 접전을 허용하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9회에 홈런 4개가 터지며 21대3 대승을 거뒀으나 홍콩을 상대로 9회 정규이닝을 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선 감독이 '최강의 전력'이라고 평가하며 선발한 선수들이 좀처럼 제 몫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가운데에서도 빛나는 활약을 펼친 선수가 있었다. 이정후와 최원태 황재균이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 6월 대표팀 최종 엔트리 발표 때 호명되지 못했다. 선 감독은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이들을 발탁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종 엔트리 선수 가운데 부상자가 나오자 아시안게임 개막을 5일 앞둔 지난 8월 13일 대표팀 선수를 일부 교체했다. 이정후 최원태 황재균은 우여곡절 끝에 대표팀에 승선했다.

막차를 탔지만, 이들의 활약은 눈부셨다. 이정후는 1차 라운드 3경기에서 타율 5할8푼3리(12타수 7안타)에 2홈런, 6타점을 기록했다. 일본과의 슈퍼라운드 1차전에서도 5타수 2안타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이정후는 외야에서 위치를 가리지 않고 바람같이 나타나 위기를 막아냈다.

1차 라운드 대만전 때 중견수로 출전해 1회 좌익수 김현수가 뒤로 빠트린 공을 재빨리 백업해 잡아줬다. 일본전 때도 8회말 1사 1루에서 기타무라 쇼지가 친 타구를 중견수 박해민이 잡으려다 미끄러지는 실책을 범했지만, 우익수로 이동해 있던 이정후가 날쌔게 달려와 이를 잡아준 덕분에 실점을 막을 수 있었다.

황재균도 마찬가지다. 원래 주전 3루로 뽑았던 최 정이 부상으로 결국 이탈했지만, 황재균은 정확히 최 정이 했어야 할 일을 하고 있다. 어쩌면 그 이상일 수도 있다. 대표팀내 홈런 1위다. 예선 3경기에서 3홈런을 때린데 이어, 일본전에서 홈런 1개를 추가했다. 또한 3루 뿐만 아니라 유격수까지 맡으며 수비에서도 안정감을 과시하고 있다.

최원태도 일본전 선발로 첫 단추를 잘 꿰었다. 인도네시아전 때 중간계투로 나와 1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소화하며 컨디션을 점검한 최원태는 일본전에 선발 등판해 2이닝을 1볼넷 2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초반 기선 제압에 큰 역할을 했다. 더 길게 던질 수도 있었지만, 팔꿈치에 갑자기 통증이 생기는 바람에 교체된 게 아쉬웠다. 그래도 최원태가 아니었다면 초반 승기를 잡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원태는 대표팀 막차 인원으로서 제 몫을 충분히 했다고 볼 수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