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대회의 중압감 때문일까. KBO리그 최다 안타 2위 손아섭(롯데 자이언츠)의 침묵이 계속되고 있다.
손아섭은 3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GBK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슈퍼라운드 일본전에서 8번-우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타점을 1개 기록했지만,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2회초 첫 타석에서 1사 1,2루 찬스를 맞이한 손아섭은 일본 선발 사타케 가츠토시를 상대로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고, 4회 두번째 타석에서도 2루 땅볼로 아웃됐다. 분위기가 달아오른 5회 1사 1,2루에서 양의지의 1타점 2루타가 터진 직후 세번째 타석에 선 손아섭은 1사 2,3루 천금 찬스를 맞았다. 하지만 2S 불리한 카운트에서 밀어친 타구가 유격수에게 잡힌 땅볼이 됐고, 그사이 3루 주자 안치홍이 득점을 올렸다. 7회 네번째 타석에서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난 손아섭은 7회말 수비를 앞두고 교체됐다.
손아섭은 아직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안타가 없다. 26일 대만전 4타수 무안타, 27일 인도네시아전 2타수 무안타, 28일 홍콩전에서도 3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일본전까지 합해 13타수 무안타다.
손아섭의 부진은 낯설기만 하다. 지난 겨울 소속팀 롯데와 데뷔 첫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체결한 손아섭은 현재 KBO리그 최다 안타 2위(150안타), 타율 7위(0.342), 득점 2위(90득점) 등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몇년간 리그를 대표하는 교타자로 자리잡았다.
또 대표팀 경험도 풍부하다.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시작으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2015 프리미어12, 2017 WBC 등 꾸준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번 대표팀에서는 김현수 다음으로 국제 대회 경험이 가장 많은 선수다.
그리고 대표팀 성적도 좋다. 통산 성적이 총 19경기 타율 3할6푼(50타수 18안타) 8타점 9득점이고, 가장 최근 대회였던 2017 WBC에서도 타율 4할1푼7리(12타수 5안타)로 팀내 두번째로 높은 성적을 냈다. 대표팀 차출 직전 정규 리그 10경기에서도 타율 3할7푼1리(35타수 13안타) 3홈런 13타점으로 타격감이 무척 좋았던 것을 감안하면, 다소 놀라운 결과다.
손아섭은 현재 대표팀의 중고참급으로 이전 대회보다 더 큰 책임감을 가진 채 임하고 있다.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을 수 없다. 결국 심리적인 부분이다. 아직 손아섭은 첫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다행히 동료들의 활약으로 대표팀은 기세를 이어갔다.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임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