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정상의 자리에서 '숙적' 일본을 만난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며, 21세 이하로 대표팀을 꾸린 일본. 충분히 해볼 만한 상대다.
김학범호는 29일 인도네시아 보고르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베트남과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준결승전에서 3대1로 승리하며 결승행 티켓을 따냈다. 이어 같은 장소에서 열린 일본과 UAE의 4강전에선 일본이 1대0으로 웃었다. 두 팀의 공격은 경기 내내 답답한 흐름이었다. 하지만 순간의 집중력이 승부를 갈랐다. 일본의 우에다 아야세(호세이)가 수비 실수를 틈 타 결승골을 뽑아냈다.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역사상 첫 '한-일 결승전'이 성사되는 순간이었다. 실제 전력은 어떨까.
일본은 이날 UAE를 상대로 3-4-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기본적으로 스기오카 다이키(쇼난 벨마레)-다스타 유고(시미즈 에스펄스)-하라 데루키(알비렉스 니가타)가 스리백을 구성했다. 양쪽 윙백으로는 엔도 케이타(요코하마F마리노스)와 황의조의 팀 동료인 하쓰세 료(감바 오사카)가 나섰다. 마치 김학범 감독이 당초 계획했던 '공격적 스리백'과 닮아있었다. 일본은 양쪽 윙백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엔도와 하쓰세가 상대 진영까지 깊게 침투했다. 빠른 발을 이용해 계속해서 측면에서 기회를 만들었다. 스리톱에서 측면 공격을 맡은 이와사키 유토(교토상가)와 하타테 레오(준텐도대)의 스피드도 빨랐다.
그러나 공격력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일본은 짧은 패스를 주고 받으며 경기를 주도했다. 하지만 여러 차례 패스 실수가 나왔다. 게다가 두 팀은 전반전 내내 지루한 공방전을 펼쳤다. 이렇다 할 확실한 기회가 없었다. UAE는 깊게 수비하면서 롱패스로 공간을 노렸다. 일본이 잘 차단했다기 보다는 UAE의 패스가 부정확했다. 게다가 최전방에 배치된 마에다 다이젠(마츠모토 야마가)은 골 결정력이 그리 좋지 않았다. 특히,후반 20분에는 우에다가 오른쪽으로 쇄도하던 마에다에게 스루 패스를 넣었다. 공을 잡은 마에다가 골문 오른쪽에서 슈팅을 때렸지만, 공이 골문 왼쪽으로 벗어났다. 결정적인 기회를 놓친 순간이었다.
일본 대표팀의 몸 상태도 썩 좋지 않다. 주전으로 뛰었던 마츠모토 타이시는 이날 교체 투입해 8분을 소화했다. 몸이 완벽하지 않다. 또한, 이번 대표팀은 1997~1998년생으로만 구성돼있다.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많다. 와일드카드 3장을 모두 사용한 한국과는 다르다. 하지만 그라운드에서 발생하는 변수를 무시할 수는 없다. 김학범호의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수비력이다. 일본의 빠른 측면 자원들을 잘 막아내야 한다. 두 팀이 공격적으로 맞붙는다면, 우즈베키스탄전처럼 많은 골이 나올 수도 있다. 일단 한국인 기본적인 실수만 안 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경기다.보고르(인도네시아)=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