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가 여자 핸드볼 2연패를 이끌었다.
이계청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3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GOR 폽키 치부부르에서 열린 중국과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여자 핸드볼 결승전에서 29대23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핸드볼 여자 대표팀은 6전 전승으로 퍼펙트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 이어 2연패를 달성했다.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부터 정식 종목이 된 여자 핸드볼. 한국은 8차례 대회에서 7번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중국과 일본은 최근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는 등 한국을 추격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아시아에 한국의 적수는 없었다. 정유라는 총 45골을 기록하며 우승을 이끌었다. 결승전에서도 8골을 몰아 넣었다.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아시아 최강이다.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하지 못한 건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이 유일했다. 하지만 대회 2연패로 한국이 왜 아시아 최강인지를 입증했다. 대회 전부터 기대가 컸다. 가장 큰 라이벌로 일본이 꼽혔다. 그러나 일본은 중국과의 준결승전에서 31대32로 패했다. 오히려 수월한 상대를 만났다. 한국은 이번 대회 전까지 중국과 상대 전적 27승3무3패로 앞서 있었다. 또한, 조별리그 2차전에서 중국을 상대로 33대24 완승을 거둔 좋은 기억이 있었다.
결승전도 다르지 않았다. 중국은 한국의 적수가 아니었다. 시작부터 분위기가 좋았다. 선수 소개와 함께 코트에 들어선 선수들은 밝은 미소로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정유라가 포문을 열었다. 김온아 한미슬 등이 고르게 득점하면서 8-1로 달아났다. 중국도 리우 샤오메이를 앞세워 빠르게 추격했다. 한국이 전반전 막판 연이어 득점에 실패하자. 중국은 9-12까지 따라붙었다. 중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공격시 골키퍼를 빼는 강수를 뒀다. 그러나 한국은 속공 상황에서 그 약점을 노렸다. 김온아 송해림 정지해의 득점을 묶어 달아났다. 막판으로 흐를수록 전력 차가 드러났다. 정유라는 계속된 역습 상황에서 쐐기를 박았다. 한국은 점수 차를 더욱 벌리고 승리했다.
대표팀은 완벽한 신구조화로 퍼펙트 우승을 달성했다. 김온아(30) 김선화(27·이상 SK 슈가글라이더즈) 등 주전 선수들이 꾸준히 제 몫을 해줬다. 게다가 부상에서 복귀한 뒤 대표팀에 합류한 정유라(26·대구시청)는 이번 대회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아울러 2014년 세계여자주니어핸드볼대회에서 우승(비유럽 국가 최초 우승)을 차지한 '황금 세대' 박새영(24·경남개발공사) 이효진(24·삼척시청) 유소정(22·SK) 등도 힘을 보탰다. 유소정 이효진은 대회 내내 많은 득점을 기록했다. 박새영은 결승전에서도 완벽한 선방으로 골문을 지켜냈다.
정유라는 우승을 확정 지은 후 "중요할 때 박새영 선수의 세이브가 있었다. 그게 너무 큰 힘이 됐다. 분위기를 다시 찾고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면서 "내 골 때문은 아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정유라는 지난 4월 오른 십자인대파열로 수술대에 올랐다. 회복 끝에 이번 아시안게임에 합류했다. 그는 "복귀 해서 이 자리에 설 줄 몰랐다. 사실 작년에 그만두려고 했다. 하지만 돌아와서 다시 금메달을 딸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정유라는 골을 터뜨릴 때마다 양팔을 벌리는 화끈한 세리모니를 했다. 그는 "원래 세리모니가 강하다. 몸에서 그냥 나오는 것이다. 나오는 희열이 뿜어져 나오서 하는 세리모니다"라고 했다.
이번 대회에선 유은희 등 주축 선수들이 빠졌다. 정유라는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너무 감사했다.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 기회를 잡기 위해 훈련할 때 많은 노력을 했다"고 되돌아봤다. 아시아 최강에도 방심은 없었다. 정유라는 "그걸 우려해서 오전에 우리끼리 모여서 감독 선생님과 얘기했다. 방심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하셨다. 그것만 지키면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끝까지 방심하지 말자고 했다"고 했다.
정유라는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그는 "세대교체가 됐는데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삼아서 더 성장했으면 좋겠다. 그 때 탈락이 보약이 됐고, 많이 울었고 많이 부족했다는 생각을 했다"는 각오를 전했다.자카르타(인도네시아)=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