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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人터뷰]男농구 무기력 패, 허재감독 "동메달은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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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서는 동메달을 따서 좋게 끝내야 할 것 같다."

높이와 조직력을 함께 갖춘 팀을 만났을 때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 '허 재호'가 어떻게 되는 지가 확연히 드러났다. 라건아 한 명에게 의존하는 경기력으로는 아시안게임 결승 진출은 무리였다.

허 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3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GBK 이스토라 농구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4강전에서 68대80으로 졌다.

3쿼터 막판 한 자릿수로 좁힐 기회가 몇 차례 있었으나 끝내 이란의 높이를 넘지 못했다. 이로써 한국 남자농구는 동메달 결정전으로 내려가 대만-중국전 패배팀과 최후의 메달 경쟁을 펼치게 됐다.

8강전 완승을 거둘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상대인 이란이 필리핀보다 훨씬 더 강하기도 했지만, '허 재호'의 준비도 필리핀전 때와 비교하면 치밀하지 못했다. 허 감독은 NBA 스타플레이어 조던 클락슨이 중심이 된 필리핀을 격파할 때는 존디펜스와 김선형을 활용한 다양한 공격 옵션을 선보였다. 이를 통해 완승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이날 이란과의 4강에는 그런 효율적인 작전이 나오지 않았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이란의 하메드 하디디(33) 니카 바라미(35) 등 이란의 베테랑 들은 당초 기대와 달리 스피드나 체력에서도 크게 뒤지지 않았다. 결국 남자 농구대표팀은 시종일관 경기를 주도하지 못하고 끌려갔다. 김선형 이정현 허일영 전준범 등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오직 라건아 혼자만 뛰는 듯 했다. 라건아는 이날 37득점 12리바운드를 했다. 그게 전부다.

이날 경기 후 허 감독은 "경기 내용에 대해 딱히 이야기 할 부분이 없다. 전체적으로 공격과 수비가 모두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아쉬운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날 잘 안된 부분에 관해 묻자 허 감독은 "오늘은 상대의 픽앤롤에 대한 수비를 준비해왔다. 그러나 (수비가 안돼) 쉬운 득점을 주게 됐다"면서 "또한 공격 쪽에서는 라건아가 하다디를 바깥으로 끌고 나오면 픽앤롤 등 패턴 공격을 쓰기로 했었다. 이게 결국은 잘 되지 않아 그 점이 가장 아쉽다"고 설명했다.

이어 허 감독에게 대표팀 구성에 관해 다소 민감한 질문이 나왔다. 이번 대표팀에 허 감독이 아들인 허 웅과 허 훈을 뽑으며 다소 논란이 일었다. 이에 관해 취재진이 "대표 선발 과정에서 말들이 좀 있었는데, 향후 농구 월드컵에서 선수 구성에 변화를 줄 생각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허 감독은 이 질문에 관해 "그 문제(대표 선발)는 몇몇 기자분들이 기사를 썼는데, 지금 여기에 와서 '어떻게 하겠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저 (아시안게임) 마지막까지 잘해서 동메달을 따 좋은 모습으로 끝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허 감독은 "손발을 계속 맞춰와서 자신감이 좀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너무 무기력하더라"며 진한 아쉬움을 남긴 채 돌아섰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