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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건아 의존증, 허술한 전술...질 수밖에 없었던 이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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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대표팀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3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GBK 아스토라 농구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4강전에서 68대80으로 완패하며 동메달 결정전으로 밀렸다. 지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이란을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한국인데, 이번 준결승전에서는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경기 초반부터 점수차가 벌어졌고, 단 한 번도 추격하지 못하고 큰 점수차로 졌다. 여러 요인이 있었지만, 결국 높이 싸움에서 밀렸다.

수비 리바운드에서는 23-26, 근소하게 밀렸다. 중요한 건 공격 리바운드였다. 이란이 21개의 공격 리바운드를 걷어내는 동안 한국은 4개밖에 잡지 못했다. 상대의 공격 리바운드가 늘어난다는 건, 우리가 공격할 기회를 잃으면서 실점 기회가 더 늘어난다는 뜻. 이란은 공격 리바운드에 이어 착실하게 득점을 하며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2m18의 센터 하메드 하다디의 위력을 실감한 경기였다. 하다디는 전반에만 19득점 6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한국의 기를 눌렀다. 전반 스코어 40-28 이란의 리드. 사실상 전반 종료 후 일찌감치 끝난 경기였다. 하다디는 4쿼터까지 뛰며 23득점 7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한국의 대들보 라건아는 37득점 12리바운드를 기록하는 등 고군분투했다. 개인 기록은 하다디보다 더 좋았지만, 영양가는 하다디의 플레이가 훨씬 높았다. 하다디는 이날 어시스트를 8개나 기록했다. 혼자 무리하게 플레이를 하는 게 아니라 외곽이나 미드레인지 지역에 나와 경기를 풀어줬다. 자신에게 수비가 몰리면 동료들에게 찬스를 내줬고, 수비가 조금 떨어지면 미들슛과 골밑슛을 성공시키는 등 매우 노련한 플레이를 했다. 라건아보다 스피드는 느렸지만, 확실히 높았고 지능적인 플레이를 했다.

이란은 하다디의 높이만 무서운 게 아니었다. 포워드 모하메드 하산자데가 18득점 11리바운드로 공-수를 이끌었다. 하다디와의 2대2 플레이와 적극적인 돌파로 손쉽게 득점을 만들었다. 40분 풀타임을 뛴 슈터 베남 야크첼리는 외곽에서 지원 사격을 하며 13득점을 했다.

이란은 4명의 선수가 두자릿수 득점을 하는 등 출전 선수가 고르게 득점을 한 반면, 한국은 라건아 의존증에 울어야 했다. 라건아가 고득점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라건아에게 공을 주고,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서있었다. 라건아는 자신보다 20cm 가까이 큰 하디디 앞에서 무리하게 훅슛 등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 선수들의 골밑슛이나 레이업슛이 계속해서 백보드를 맞고 튀어나오는 것, 그만큼 하다디의 높이를 의식한 결과였다.

특히, 한국이 자랑하는 3점이 말을 듣지 않았다. 14개를 던져 4개를 성공시켰는데, 경기 막판까지 10개 시도 2개 성공이 다였다. 나머지 2개는 막판 승부가 갈린 후 나왔다. 앞에 성공된 슛 2개도 모두 최준용의 것이었다. 이정현, 허일영, 전준범 등 슈터들의 침묵이 뼈아팠다. 높이가 낮은 한국이 이란보다 많은 3점슛을 시도하는 게 정상적인 경기 패턴인데, 시도부터 14-19로 밀렸다.

수비도 문제가 있었다. 대인방어와 지역방어 모두 효과가 없었다. 경기 초반 대인방어에서는 높이 싸움에서 밀리고, 한국이 자랑하는 3-2 지역방어를 들고 나왔지만 이란은 패스-패스로 너무나 쉽게 수비를 무너뜨렸다. 하다디가 자유투 라인 부근에서 양쪽 코너와 골밑으로 파고드는 선수를 향해 어시스트를 계속 뿌려댔다. 3쿼터부터 압박 수비도 사용했지만, 조직력을 잃은 압박 수비는 상대에 더욱 손쉬운 속공 찬스를 내주는 계기가 됐을 뿐이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