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대에서도 눈물은 마르지 않았다. 믹스트존에서 애써 마음을 추스러 "억울하지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던 안창림(24·남양주시청)이 은메달 시상대에서 울분의 눈물을 펑펑 쏟았다.
필승을 다짐했던 다섯번째 맞대결, 오노 쇼헤이 앞에서 또다시 눈물을 쏟았다. 결코 실력이 아니었다. 판정에 울었다.
안창림은 30일(한국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JCC)에서 펼쳐진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유도 남자 73kg급 결승에서 연장 7분을 포함, 무려 11분의 대혈투끝에 '숙적' 오노 쇼헤이에 절반패했다. 믹스트존에서 만난 안창림은 "억울하지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심판이 어깨가 닿은 것으로 판단한것같다. 운이 따르는 것도 잘하는 선수에게 따르는 것이다. 억울하지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흰색 도복의 안창림은 초반 오노의 강공을 끈질기게 버텨냈다. 0-0, 팽팽했던 4분 정규경기는 연장 골든스코어로 돌입했다.
오노의 허벅다리 공격에 안창림은 한차례 넘어졌을 뿐 강력하게 버텼다. 1분11초, 업어치기를 시도했으나 불발됐다. 2분04초, 양선수가 지도를 하나씩 받았다. 오노의 전매특허 메치기 기술을 안창림이 버텨냈다. 승부는 좀처럼 나지 않았다. 수비적인 자세를 취한 오노가 지도를 하나 더 받았다. 안창림은 더 공격적으로 나섰다. 연장 4분30초를 넘어서자 두 선수 모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연장 5분 안창림이 지도를 받았다. 지도 2-2의 상황, 안창림은 사력을 다해 업어치기, 안뒤축후리기를 시도했으나 불발됐다. 연장 7분을 넘어서는 대혈투였다. 안창림과 오노가 한차례 격돌한 직후 심판이 갑자기 경기를 중단하더니 오노의 절반패를 선언했다. 오노의 공격에서 안창림의 오른 어깨가 매트에 닿았다고 판단했다. 경기장엔 야유가 쏟아졌다. 심판들이 비디오 판독을 진행하는 동안 관중석에선 "코리아! 코리아!" "페어플레이!" 함성이 울려퍼졌다.
안창림은 재일교포 3세 출신 국가대표다. 일본 교토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모두 일본에서 나왔지만 단 한번도 한국인임을 잊은 적이 없다. 쓰쿠바대 2학년 때인 2013년 전일본학생선수권에서 우승한 후 일본 귀화 요청도 받았지만 이를 뿌리쳤다. 2014년 용인대에 편입해 태극마크를 달았고, 이후 대한민국 유도 국가대표로 활약해왔다. 2015년 아시아선수권, 2015년 유니버시아드에서 연거푸 금메달을 따냈다. 2017년 세계선수권에선 동메달을 따냈다. 태극마크를 달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르는 꿈은 간절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안창림의 앞을 막아선 건 천적 오노 쇼헤이였다. 오노는 2013년, 2015년 세계선수권을 2연패했고,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오노와의 최근 4차례 맞대결에서 4연패했다.
자카르타행을 준비하며 안창림은 오노를 넘는 법을 집요하고 치밀하게 연구했다. 정규경기 포함 11분간 이어진 매치에서 안창림은 오노에게 한순간도 밀리지 않았다. 더 공격적으로, 포기하지 않는 자세로 끝까지 도전했다. 간절했던 아시안게임, 11분의 대혈투, 비운의 안창림이 석연치 않은 판정에 울었다. 자카르타=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