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타자들만 모아서 그런 걸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고 있는 야구 대표팀. 프로 무대에서 뛰고 있는 정예 멤버를 뽑아 갔는데, 경기력은 형편이 없다. 26일 열렸던 대만과의 예선 첫 경기, 사회인 야구 수준 선수들에게 1대2로 패한 건 그나마 나았다. 사실상 중학생 수준인 홍콩을 28일 만나 콜드게임 승을 거두지 못하고 9회까지 경기를 치렀다는 게 더욱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9회초 10점을 뽑아 21대3 대승을 거뒀지만, 분명 그 전까지의 경기력은 최악이었다.
대회 내내 안타까운 건 타선의 침묵. 홈런, 안타가 나오고 있지만 터질만큼은 아니다. 각 팀 4번타자들이 여럿 모여있는 타선의 위력이 아니다. 김현수(LG 트윈스) 박병호(넥센 히어로즈) 김재환(두산 베어스) 양의지(두산) 손아섭(롯데 자이언츠) 등 주축 타자들이 부진하다. 심지어 손아섭은 대회 3경기 안타가 1개도 없었고, 김현수는 타율 1할2푼5리에 그치고 있다.
아무리 실력차가 있더라도 선수가 컨디션에 따라 잘할 수도, 부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억원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110km를 겨우 넘기는 구속의 공에 쩔쩔 매는 모습에 팬들은 극도의 허무함을 느끼는 중이다. 대만전 사이드암 선발 우성펑의 직구 구속은 140km에도 미치지 못했다. 홍콩 선발 좌완 영쿤힌은 110km를 갓 넘기는 '아리랑볼' 수준의 공이었다. 하지만 이런 공에 전혀 대처하지 못하고 한국 타자들은 풀스윙을 하기에 바빴다. 공이 느리니 반발력도 떨어지고, 또 한 박자 기다렸다 스윙을 하니 100% 힘을 싣지 못했다. 그럼에도 타자들의 스윙은 바뀌지 않았고, 펜스 앞에서 공이 잡히면 '왜 안넘어가나'라는 듯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대신 이정후(넥센) 안치홍(KIA 타이거즈) 등 교타자들의 활약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황재균(KT 위즈)도 마찬가지. 컨택트에 신경을 쓰니 홈런으로 연결되고 있다. 느린 공에 정확히 타이밍을 맞추고 가볍게 치는 타격이었다. 홈런을 친다면야 가장 좋겠지만, 쉽게 홈런을 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욕심을 버리고 팀 배팅을 해야하는데 '저 만만한 투수를 상대로 내가 그렇게 해야하나'라는 듯 계속해서 담장을 넘기려 하는 듯한 타자들의 풀스윙은 팀 전체를 계속해서 수렁으로 몰아넣는 일일 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홍콩전 마지막 9회 타자들이 전체적으로 감을 잡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 여기에 슈퍼라운드에서 첫판에서 만날 일본은 투수들이 140km 이상의 빠른 공을 뿌리기에 역으로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출 수도 있다. 물론 이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최악의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 느린 공만 보던 투수들이 갑자기 들어오는 빠른 공에 당황하는 것이다. 그럴 때일수록 짧게, 욕심내지 않고 타격을 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 대표팀은 자신들이 몇 수 앞선 최상팀이라는 자존심을 이제 버려야 한다. 어떻게든 이길 수 있게, 더욱 더 절실하게 야구를 해야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코칭스태프도 조금 더 짜임새 있는 야구를 할 수 있게 라인업 구성을 할 필요가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