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심수창(37)과 사이드암 정재원(34)을 전격 웨이버 공시했다. 심수창은 2군 세이브 1위 투수다. 심수창은 올시즌 초반 1군에서 잠시 기회를 부여받았지만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5.43으로 부진했다. 3월 29일 2군으로 내려간 이후 1군에 한차례도 올라오지 못했다. 하지만 2군에서는 펄펄 날았다. 28일 현재 31경기에서 1승2패18세이브, 평균자책점 3.57을 기록중이다. 2군 남부리그 구원 1위이자, 전체 1위다.
심수창의 웨이버 공시 이유는 본인의 트레이드 요청이다. 심수창은 지난 7월부터 지속적으로 구단 고위층에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한화는 백방으로 심수창의 트레이드를 타진했다. 하지만 각 팀들은 일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만 37세의 나이가 걸림돌이었다. 현 구위는 1군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지만 트레이드는 미래 가치와의 교환을 의미한다. 각 팀들은 심수창 대신 한화의 어린 불펜 자원들에 관심이 많았다.
트레이드가 불발된 이후에도 심수창이 1군에 올라오지 못하는 상황은 계속됐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당장 심수창을 올릴 마음이 없었다. 한 감독은 "현재 필승조 선수들이 너무 잘해주고 있다. 1군은 계급장만 가지고 올라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실력으로 겨뤄야 한다. 지금은 심수창을 올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잘라 말했다.
2군에서의 긴 기다림이 이어지자 심수창은 속이 탔다. 이 과정에서 감정이 좋았을 리도 없다. 2004년 LG 트윈스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심수창은 넥센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를 거쳤다. 2015년 한화와 4년간 13억원에 FA계약을 했다. 이후 한화에서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기도 했다. 지난해는 3승1패2세이브 평균자책점 4.74, 불펜 필승조로 활약한 바 있다. 심수창에게 불운이라면 올시즌 한화의 막강 불펜진이다.
한화는 팀평균자책점 2위(4.77), 불펜 평균자책점 1위(4.18)팀이다. 7월 이후 불펜이 다소 헐거워지긴 했지만 오른쪽은 좋은 자원이 많다. 이태양 송은범은 리그 톱 셋업맨이다. 박상원은 차세대 마무리, 서균은 우타자 스페셜리스트인 사이드암이다. 불펜에 왼손은 부족하지만 오른손은 넘치는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심수창을 올릴 상황이 아니었다.
심수창은 올시즌을 마치면 두번째 FA 자격을 갖추지만 올해 1군 등록일수를 채우지 못한 상황이다. 베테랑 심수창에게 현역 시간은 길지 않다.
결국 트레이드 요청이 있었고 한화는 선수에게 기회를 부여하는 쪽으로 결정을 했다. 트레이드가 아닌 웨이버라면 심수창을 원하는 팀은 충분히 나올 것으로 보인다. 리그 전체에 타고투저는 역대 최악 수준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