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2 판도에 변화가 찾아왔다.
올 시즌 K리그2는 아산(승점 47), 성남(43), 부산(40) 3강 체제로 운영됐다. 성남이 초반 치고나갔지만, 아산이 선두로 올라서고, 부산이 서서히 올라가며 지금의 구도가 만들어졌다. 대신 중위권은 혼동이다. 광주(5위·승점 34)가 나상호의 득점포를 앞세워 올라간 사이, 선두권을 유지하던 부천(7위·승점 31)이 급격히 추락했다. 이 틈을 파고들며 판도를 흔드는 팀이 있다. 수원FC다.
하위권을 전전하던 수원FC는 어느덧 4위(승점 36)까지 올라섰다. 최근 5경기에서 4승1무로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개막전을 승리하며 기분 좋게 출발한 수원FC는 이후 추락을 거듭했다. 하위권을 전전했다. 9위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었다. 김대의 감독의 지도력에 의문부호가 이어졌다. 수비가 무너지며 공격력도 함께 힘을 잃었다.
하지만 여름이적시장과 함께 반전의 동력을 찾았다. 폭풍영입이었다.
수원FC는 여름에만 무려 10명의 선수를 데려왔다. 권용현 장성재 이상민 조병국 한상운 이재안 박형순 황도연 김대호, 비아나 등 공수에 걸쳐 팀을 재편했다. 모두 즉시전력감이었다. K리그1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을 영입하며 팀 분위기를 바꿨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특히 수비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김대의 감독은 "평소에도 수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자꾸 무너지더라. 선수들과 미팅을 해도 수비가 불안하니까 공격도 함께 불안해하더라. 구단에 선수 영입을 요청했다"고 했다. 조병국과 황도연은 수원FC의 약점인 수비를 확실하게 잡았다. 김 감독은 "조병국과 황도연이 잘해주고 있다. 몸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경기 운영이나 리더십에서 확실히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측면 공격수 이승현이 윙백으로 보직을 변경했다. 수원 삼성에서 임대로 데려온 이상민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자리매김하며 김종우에 이어 새로운 '수원 삼성 출신 임대생' 성공 사례를 쓰고 있다.
수비가 자리잡으니 공격도 좋아졌다. 퇴출된 마테우스 대신 원톱에 자리한 비아나는 한국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브라질 1부리거 답게 기량도 출중하다는 평이다. 권용현 한상운 영입파에 기존의 김동찬 등도 힘을 내고 있다.
사실 이름값은 좋지만 최근 경기에 나서지 못한 선수들을 대거 영입한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김 감독은 "그런 얘기를 들었다. 다들 게임을 못뛰어서 감각이 우려됐다. 하지만 그들의 경험이 큰 플러스 요인이 됐다"며 "젊은 선수들도 노련한 선수들을 통해 배우고, 자극을 얻고 있다. 그런 것이 현재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웃었다. 체력에 대해서도 "내 경험을 봐도 오히려 나이든 선수들이 관리를 더 잘한다. 요즘 선수들도 관리를 잘하지만 근성은 역시 베테랑들이 더 낫다. 그런 부분들이 팀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수원FC가 치고 올라가며 플레이오프 경쟁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올 시즌 K리그2는 우승팀이 K리그1에 직행하고 2~4위팀이 플레이오프를 치른 후 승자가 K리그1 11위팀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펼친다. 수원FC가 중위권을 두텁게 하며 상위권팀들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김 감독은 "우리 뿐만 아니라 모든 팀이 4위 내 진입을 노리고 있다. 전반기에 어려웠던만큼 지금 현재 성적으로 만족하면 안된다. 만족하는 순간 더 어려운 길로 가게된다.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중반까지 다소 지루했다는 평가를 들은 K리그2 열기가 조금씩 달아오르고 있다. 중심에 수원FC가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