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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사라진 미들맨, 대표팀 투수 운용 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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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무조건 '올인'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야구 대표팀 선동열 감독은 대회를 앞두고 마운드의 '키맨'으로 미들맨을 꼽았다. 비교적 긴 이닝을 소화해줄 수 있는 불펜 투수를 뜻한다. 투수 출신인 선동열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 사령탑 시절부터 늘 미들맨 역할을 하는 투수를 기용했다. 선발 투수가 예상보다 일찍 무너졌을때, 준비된 미들맨이 마운드를 물려받아 경기 흐름이 상대쪽으로 완전히 넘어가지 않게 하겠다는 의도다.

이번 대회에서도 코칭스태프는 미들맨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리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긴 이닝 소화가 가능한 선발 투수들 가운데 한명이 미들맨 역할을 맡을 예정이었다. 선동열 감독은 "마지막까지 투수들의 컨디션을 잘 살펴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당초 가장 유력한 투수는 차우찬이었다. 최종 엔트리에 포함됐던 차우찬은 삼성 시절에도 미들맨 역할을 잘 소화했다. 당시 사령탑이 선동열 감독이었다. 하지만 차우찬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결국 대표팀에서 낙마하면서, 대체 자원 찾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대표팀이 소화한 경기 내용을 살펴보면, 굳이 미들맨의 역할이 필요하지 않다. 특히 대만과의 첫 경기에서 1대2로 충격패를 당했지만, 당시 선발투수 양현종은 6이닝 2실점을 기록하면서 비교적 긴 이닝을 소화했다. 이후 최충연이 1⅓이닝, 정우람과 박치국, 함덕주가 나머지 1⅔이닝을 나눠 맡았다.

상대가 워낙 약체라 부담이 적었고, 5회말 15대0 콜드승으로 끝난 인도네시아전에서도 박종훈(3이닝)-최원태(1이닝)-임기영(1이닝)으로 경기가 끝났다. 인도네시아전은 사실상 오랫동안 공을 던지지 않았던 투수들의 컨디션 점검 차원 등판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다.

남은 경기에서도 사실상 미들맨의 역할은 두드러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대만전 패배로 많은 것이 꼬였다. 대표팀에는 여유가 없다. 목표인 금메달을 따내기 위해서는 전승 뿐이다. 자칫 슈퍼라운드에서 1패라도 기록해 동률이 되면, 대만전 1패가 있는 한국이 불리하다. 때문에 슈퍼라운드에서 만나게 될 확률이 높은 일본전에서는 무조건 '올인' 뿐이다. 홍콩이나 중국처럼 수준 차이가 크게 나는 팀을 상대로는 굳이 미들맨을 기용할 필요가 없고, 일본전과 마지막 경기에서는 이닝을 몇 번씩 쪼개더라도 투수들을 모두 활용해 이겨야하는 상황이 됐다.

결국 투수 운용도 처음 예상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전승'이라는 부담감을 떠안은 야구 대표팀의 마운드는 어떤 결말을 맺을까.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