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카르타-아시안게임 출전을 앞둔 선동열호, 타선은 '무풍지대'였다.
KBO리그 최고 타자들이 승선했다. 수 년째 계속되고 있는 리그 내 '타고투저'의 영향 탓에 마운드가 걱정이라는 시선이 대다수였다. 선동열 야구 대표팀 감독 조차 출국 전 "최근 컨디션으로 보면 하위 타선 타자들이 더 잘칠지도 모르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낼 정도였다. 프로-아마추어 연합으로 구성된 대만 마운드는 충분히 공략하고도 남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컸다.
대만전에서 한국 타선은 무기력했다. 안타는 고작 6개. 김재환(두산 베어스)의 솔로포에 힘입어 득점을 얻은게 전부였다. 마운드에서는 양현종(KIA 타이거즈)이 6이닝 2실점으로 분투했으나, 타선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결국 패전의 멍에를 썼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연속 안타가 단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주자가 루상에 나가도 범타, 삼진으로 물러나기 일쑤였다. 타격감이 전체적으로 처져 있었다. 지난 18일 소집 이후 실전 연습경기 없이 대회에 임했던게 결과적으로 원인이 됐다.
대만은 한국전에 철저히 대비했다. 6개월 동안 국내외 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특성을 파악했을 뿐만 아니라 상대국 전력분석에 열을 올였다. 쉬이 감독은 프로 소속 대신 실업팀 투수를 깜짝 선발 카드로 활용하는 변칙 작전으로 대어를 잡았다. 남은 대회 기간 한국을 상대하는 팀들이 대만과 같은 전략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선동열호 입장에선 기존 전력분석 이상의 노림수를 감안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새로운 숙제를 안게 된 셈.
문제는 선동열호 타선이 변화를 주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다. 이재원(SK 와이번스), 박민우(NC 다이노스), 오지환(LG 트윈스)은 경쟁자들에 비해 공-수에서 약점을 가진 선수들로 꼽힌다. 대주자로 나섰던 박해민(삼성 라이온즈) 역시 김하성(넥센 히어로즈) 대신 유격수 자리를 맡기기엔 어려움이 있다. 이들이 경쟁자를 압도할만한 컨디션과 타격감을 보여주지 않는 이상 대만전 선발 라인업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현 상황에선 타순 조정 외 선수 교체를 통한 구조 변화라는 '플랜B'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결국 기존 타자들의 타격감이 오는 30일 슈퍼라운드 전까지 살아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타자들 스스로 집중력을 갖고 팀배팅에 임하는 자세도 요구된다. 대만전 패배로 침체된 분위기를 얼마나 빨리 털어내느냐가 관건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