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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 스토리] 눈물 보인 김국영, 충분히 박수 받을 그의 무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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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육상의 희망' 김국영(27·광주시청)은 100m 레이스를 마친 뒤 인터뷰에서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김국영은 한국 육상에서 특별한 존재다. '육상 불모지'라 할 수 있는 한국. 그것도 가장 어려운 단거리 100m 종목에서 김국영은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10년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10초31의 기록으로, 1979년 서말구가 세운 한국 신기록(10초34)을 무려 31년 만에 경신했다. 이후에도 철저한 분석과 훈련으로 자신의 기록을 계속해서 갈아치웠다. 지난해 코리아오픈국제육상경기대회에서 김국영이 세운 10초07은 개인 최고 기록이자, 한국 신기록이다. 지난해 8월에 열린 2017년 런던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선 한국 육상 단거리 사상 최초로 준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김국영이 곧 한국 단거리의 새 역사였다. 그의 올해 최고 기록은 10초20으로 아시아랭킹 12위.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첫 메달에 도전했다. 하지만 경쟁자들은 만만치 않았다. 김국영은 26일 준결승에서 8위 턱걸이로 결승행 티켓을 잡았다. 같은 날 열린 대망의 결승전에선 8명의 선수 중 8위를 기록했다. 중국 쑤빙톈, 카타르 오구노데 토신, 일본 야마가타 료타가 나란히 1~3위로 메달을 따냈다. 발전하고 있는 아시아 육상의 벽은 높았다.

이날 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선 김국영은 "사실 들어가기 전에 후회 없는 레이스를 하자가 목표였다. 후회가 남는다고 하면 핑계 같다. 오늘 레이스는 접어두고, 200m와 릴레이 경기에서 최선을 다 하겠다"고 했다. 그는 "올해 부쩍 느낀 게 있다. 한국 100m 기록이 계속 깨졌다. 하지만 나만 강해지는 게 아니었다. 나도 강해지지만 아시아 육상 전체가 강해지고 있다. 전체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사실 10년 가까이 간판으로 있으면서 힘들었는데 많이 힘에 부친다"며 말 끝을 흐렸다. 그 순간 김국영은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취재진 역시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 뒷 모습을 잠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마음을 추스른 김국영은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는 "한국 기록을 깨면서 부담감보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10년 넘게 정상에 있으면서 나까지 포기해버리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잘하고 싶어서 노력을 하는데도 잘 안 되니 그게 가장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아울러 "8위를 했다. 실력으로 졌다. 어떤 말을 해도 핑계다. 그렇다고 또 포기할 수는 없다. 많은 한국 육상 꿈나무들이 지켜보고 있고 응원해주고 있다. 다시 힘을 내서 해보겠다"고 했다.

끝이 아니다. 김국영은 아직 20대 후반의 나이.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 그는 "더 이를 갈고 해야 한다. 계속 부딪쳐봐야 한다. 포기할 수 없다"면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준결승에 올라갔지만 결승에 실패했다. 아시안게임에서도 8위를 했다. 아시아 100m가 정말 많이 평준화됐다. 모든 국가의 선수들이 2명씩 출전하고 있다. 챔피언이 갖고 있는 기록도 경신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 도전해야 한다"며 굳은 다짐을 전했다.

외로운 싸움, 그리고 책임감이 '단거리 최강' 김국영을 짓눌렀다. 그는 힘든 레이스를 펼치면서도 육상의 미래를 고민했다. 메달을 떠나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한 결승 진출이었다. 8위라는 성적을 남겼지만, 김국영은 여전히 '단거리의 희망'이자 한국 신기록 보유자다. 그가 그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자카르타(인도네시아)=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