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호가 결전지 인도네시아에 입성했다.
오지환(LG 트윈스), 박해민(삼성 라이온즈)의 발탁 직후부터 야구 대표팀을 향한 비난의 화살은 멈출 줄 모르고 있다. 이들을 향한 비난을 넘어 일부 팬들은 선동열호를 향해 '은메달 기원한다'는 조롱을 보내고 있다.
선수들도 적잖이 힘이 빠지는 모습이다. 야구 대표팀 주장 김현수는 출국 전 "우리 선수들이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욕을 많이 먹고 있다"고 말했다. 반농담조처럼 들리는 말이지만 현재 야구 대표팀 선수들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지환, 박해민 뿐만 아니라 김하성, 이정후, 최원태(이상 넥센 히어로즈), 최충연(삼성 라이온즈), 박치국, 함덕주(이상 두산 베어스), 박민우(NC 다이노스) 등 이번 대표팀에 합류한 병역 미필자, 다른 구성원 모두 비슷한 분위기일 수밖에 없다.
병역 혜택 논란은 올림픽, 아시안게임마다 반복된 문제다. 다른 종목에 비해 보편성이 적은 야구의 특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런 특성 탓에 일본, 대만 외에 경쟁상대가 없는 아시안게임에서는 논란이 한층 거세게 일었다. 일각에선 아시안게임 야구가 선수들을 위한 합법적 병역 면피 창구라고 비난할 정도다.
하지만 뒤집어보면 이런 논란은 야구 대표팀을 향한 기대감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에서 프로 선수들을 끌어보믄 '드림팀'이 처음 구성된 이래, 야구 대표팀을 향한 기대감은 줄곧 따라다녔다. 2006년 도하 참사나 2013, 2017 WBC에서의 부진 등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을 때 비난은 그만큼 거셌다. 사회인 주축인 일본, 프로리그 반발에 직면해 최상의 전력을 꾸리지 못한 대만에 비해 한 수 위로 평가 받는 선동열호가 일각의 바람처럼 '은메달'에 그친다면 후폭풍과 조롱은 더 거셀 것이다.
결국 야구 대표팀 구성원 모두가 이번 대회에서 목표인 금메달을 향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비난의 눈초리를 실력으로 잠재우겠다는 근성을 확실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첫 경기인 대만전 뿐만 아니라 매경기를 결승전처럼 치르면서 압도적인 승리로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 '대충 해도 되겠지'라는 안일한 모습은 비난의 강도를 더욱 높일 뿐이다.
선동열 감독은 "매경기 최선을 다해서 국민들에게 즐거움이 될 수 있게 하겠다. 좋은 경기 하고 오겠다"고 다짐했다. 최선을 다해 최고의 성과를 얻는다면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바뀔 것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