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록 페이스에 맞춰 준비했다."
'인어공주' 김서영(24·경북도청)이 아시안게임 신기록과 함께 대한민국 여자수영의 새 역사를 열었다.
김서영은 24일 오후(한국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GBK아쿠아틱센터에서 펼쳐진 여자 개인혼영 200m 결승에서 2분 08초34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라이벌 오하시 유이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개인혼영 400m에서는 금메달을 내주며 은메달을 따냈다. 주종목 200m는 달랐다. 김서영이 아시안게임 신기록으로 웃었다.
이날 오전 예선 5위로 결선에 진출한 김서영은 레인에서 물살을 갈랐다. 경기전 만난 김인균 경북도청 '김서영 전담팀' 감독은 "평영과 자유형 구간에서 오하시가 강하기 때문에 서영이는 접영과 배영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압도적으로 치고 나가야 한다"고 필승 전략을 밝혔다.
첫 50m 접영 구간을 1위(27초31)로 통과했다. 일본의 오하시와 중국 저우 민이 속도를 올렸지만 김서영은 1위를 차지했다. 자신의 레이스를 유지했다. 배영, 평영에서도 무난히 1위를 유지했다.
김서영은 올시즌 일본 개인혼영 '최강자', 부다페스트세계선수권 은메달리스트 오하시 유이의 강력한 도전자로 급부상했다. 개인혼영 400m 결승에서 초반 접영-배영 구간에서 개인베스트 기록으로 오하시를 앞서며 '아성'을 위협했다. 올시즌 세계 랭킹 1위 기록(김서영 2분08초61, 오하시 2분08초16)도 번갈아 썼다. 김서영은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오하시는 8월 도쿄팬퍼시픽 수영선수권에서 기록을 썼다. 운명의 맞대결 승자는 김서영이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이후 처음으로 박태환이 없는 이번 대회, 남녀 수영을 통틀어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82년 뉴델리아시안게임 3관왕(배영 100m, 200m, 개인혼영 200m)에 빛나는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한국체육산업개발 대표이사) 이후 36년만의 개인혼영 200m 금메달, 2010년 광저우 대회 평영 200m 정다래 이후 8년만의 여자 수영 금메달 역사를 썼다.
김서영은 "이 경기에 맞춰서 준비를 했는데, 기록 경신을 하고 금메달까지 딸 수 있어서 기쁘다. 여기 와계신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가장 많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기록 단축에 대해선 "경북도청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셨다. 감독 선생님과 코치님, 트레이너까지 모두 훈련할 수 있는 좋은 상황을 만들어줘서 잘 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초반 질주를 두고 "원래 접영, 배영 페이스가 괜찮은 편이다. 거기서 잘하고 접영, 자유형에서 버티는 훈련을 많이 했다"고 답했다.
아시안게임 신기록 마자 갈아치웠다. 김서영은 "기록을 깬다는 생각보다는 마지막 자유형에서 1등인 게 보여서 죽어라 하면 1등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일본 오하시 선수가 자유형이 워낙 좋다 보니. 이것만 보고 준비해서 악착같이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서영은 예선 전체 5위로 레인도 5번 레인을 부여받았다. 그는 "전략도 있었다"고 했다. 예선과 결선의 차이에 대해선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이 부족함을 느끼고 있긴 하다. 그래도 금메달을 따기 위해 체력을 아껴뒀다"고 답했다. 라이벌 오하시와의 승부를 두고는 "이길려고 하기보다는, 세계적인 기록에 맞춰서 페이스를 올리려고 하다 보니까 기록이 단축됐다. 유이와 친해서 말을 많이 한다. '오늘은 내가 더 빨랐다'고 얘기를 해줬다"며 미소를 지었다.
만족은 없다. 이제 세계선수권대회, 그리고 2020년 도쿄올림픽도 바라 보고 있다. 김서영은 "일단 지금 잘 준비해서 좋은 기록이 나왔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조금 약한 평영을 더 올리면 좋은 기록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서영은 "한국 수영 선수들이 보는 눈도 넓어져서 목표도 많이 커졌다. 이번에도 어린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오늘은 내가 금메달을 땄지만 다른 선수들과 수영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한국 수영이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자카르타=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