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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포인트]'선동열 호' 환경 탓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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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촌 숙소를 가보니 정말 형편없더라."

한국 야구대표팀 선동열 감독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현장 실사를 다녀온 뒤 대표팀 훈련 과정에서 한 말이다. 대표팀 선수들이 써야 하는 선수촌 아파트는 대회가 끝나고 현지인들에게 재분양되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생활 스타일에 맞게 지어졌다. 그리고 내부에 편의 장비도 그렇게 다양하게 설치돼 있지 않다. 침대와 필수 가구, 에어컨 정도다.

선 감독은 이를 둘러본 뒤 "방이 2개 있는 구조인데, 작은 방은 침대 하나가 딱 들어갈 정도고 큰 방도 침대 2개를 넣으면 한명이 겨우 걸어다닐 공간만 나오더라. 화장실도 무척 작아 샤워기와 변기, 세면대로만 이뤄진 구성이었다. 건물밖에서 봤을 때는 굉장히 멋졌는데, 안에 들어가니까 공간이 작다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역대 대회 중 가장 열악한 숙소"라고 설명했다.

직접 보고 느낀 대로 말한 것이니 틀린 얘기는 아니다. 사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여러 측면에서 준비가 상당히 부족한 게 맞다. 경기장 내에서도 어느 순간 갑자기 정전이 되기도 할 정도이니 선수단 숙소도 더 말할 것 없다.

그러나 선 감독의 이런 불평이 그다지 공감되는 건 아니다. 사실 '불편함'의 기준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의해 좌우된다. 5성급 호텔의 널찍하고 쾌적한 호텔만을 경험한 이에게는 그 아랫 단계의 호텔이나 선수촌 아파트는 당연히 불편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게 야구대표팀에만 부여된 '벌칙' 같은 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 선수단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의 참가국 선수들이 모두 겪고 있다.

이들은 처음에 낯설고 불편한 숙소 환경에 당황해 했다. 그러나 여기에 대한 불만으로 시간과 정신을 허비하진 않았다. 그보다는 대회 준비, 금메달 획득을 위한 플랜을 짜고 정신과 신체를 거기에 몰입하는 데 집중했다. 불편한 환경은 그냥 하나의 조건으로 받아들였다. 그것 때문에 경기력이 저하됐다느니 하는 핑계는 대지 않는다.

어쩌면 아마추어 선수들이 불편한 환경을 극복하는 데 너무나 익숙해져서 일 수도 있다. 늘 최고의 인기를 끌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쾌적한 환경에 익숙해진 프로야구 출신 감독이나 선수들과는 다르다. 그럼에도 국제대회에서 늘 꾸준히 메달을 따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높이는 건 주목받지 못했던 아마추어 스포츠라는 건 아이러니컬한 사실이다. 때문에 선 감독을 비롯한 야구대표팀은 자카르타에서는 환경 탓은 그만 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대신 그동안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만큼 국민들에게 기쁨을 선사하기 위한 노력에 매진해야 한다. 그게 바로 국민들이 야구대표팀에 바라는 점일 것이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