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좋은 지도자의 역할을 하렵니다."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가 아시안게임 단체전 2연패로 세계 최강의 위용을 다시 과시했다.
김정환(35·국민체육진흥공단) 구본길(29·국민체육진흥공단) 김준호(24·상무) 오상욱(22·대전대)로 구성된 남자 사브르 단체팀. 네 글자로 줄이면? '어벤저스'다. 적어도 펜싱 사브르에서 이 네 명의 조합을 넘어설 팀은 세상에 없다. 하물며 아시아 무대에서랴. 이들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 이어 다시 한번 우승을 따냈다. 23일 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JCC) 플래네리홀에서 열린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서 이란을 45대32로 꺾었다.
이날 우승을 거둔 사브르 단체팀의 맏형 김정환은 경기를 마친 뒤 "나의 마지막 아시안게임"이라고 했다. 나이상으로 볼때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는 무리다. 그러나 2018 도쿄올림픽이라면? 김정환은 "그건 한국에 돌아가서 추후 고민해보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이에 앞서 김정환은 "아시안게임을 위해 그간 국제대회와 그랑프리, 세계선수권 등을 거치며 열심히 노력해왔다. 사실 지금까지 너무 잘 해와서 아시안게임에 대한 부담감이 없지 않았다. 지금까지 잘 하다가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아시안게임에서 못하면 어쩌나 하는 고민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계속해서 김정환은 "내 마지막 아시안게임인데, 신구가 잘 조화돼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 동생들 덕분에 금메달을 따게 돼 영광이다. 수고 많았고,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면서 "앞으로도 세계 정상 사브르의 위치를 후배들이 쭉 이어나갈 수 있도록 응원하고, 좋은 지도자가 돼 내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김정환은 도쿄올림픽에 대해서는 "추후에 고민해보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