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용서에 대한 가장 묵직한 질문. 영화가 끝나고서야 비로소 시작하는 영화. '살아남은 아이'는 단언컨대 올해 충무로에서 발견된 가장 빛나는 수작이다.
아들이 죽고 대신 살아남은 아이와 만나 점점 가까워지며 상실감을 견디던 부부가 어느 날, 아들의 죽음에 관한 비밀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살아남은 아이'(신동석 감독, 아토ATO 제작).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살아남은 아이'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개봉에 앞서 '살아남은 아이'는 지난 해 22회 부산국제 영화제 신인 감독 국제 경쟁 부문인 큐 커런츠 섹션에서 공개된 이후 국내외 언론 매체의 열렬한 호평을 이끌어낸 것은 물론 국제 영화 비평가·영화 기자 연맹이 국제비평가협회가 수여하는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을 수상했다. 뿐만 아니라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됐을 뿐 아니라 각종 국제 영화제에서 초청·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사고로 아들을 잃은 부모와 죽은 아들이 살려낸 아이의 만남이라는 딜레마로 시작되는 영화는 세 인물의 감정선과 관계의 변화라는 축으로 두 시간 동안 이끌어 나가는 갈결한 이야기 구조를 지녔다. 하지만 강렬한 스토리 위에 겹겹이 축적된 인물들의 감정이 밀도 높은 긴장감을 형성해 영화적 재미를 살려냄과 동시에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또한 영화는 위로와 애도, 용서와 윤리라는 주제에 관해 관객 스스로 질문을 던지도록 만들어 보다 깊은 메시지를 전한다.
이날 연출을 맡은 신동석 감독은 "다소 무거운 주제 일 수도 있지만 죽음이 사실 우리 삶도처에 있는 것이고 저 역시도 죽음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 이전과 이전이 굉장히 달랐다. 저의 감정의 기복을 경험하고 이전에는 몰랐는데 내가 어떤 말을 했을 때 다른 사람의 상처를 덧나게 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언제가 이런 주제에 대해 다루는 영화를 할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첫 작품이 될 줄 몰랐다"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신 감독은 "영화의 어떤 면이 세월호 참사를 떠올린다는 의견에 대해 "시나리오를 쓸때는 많이 영향을 받지 못하고 썼다. 세월호 참사 말고도 역사적으로 자식을 잃은 부모가 억울한 상황에 놓이는 일들이 많았고 저도 그럴때마다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분개하고 분노했다. 그런데 시나리올르 쓰고 나서는 사람들에게 보여드리고 배우분들에게 보여드릴때마다 세월호 참사 이야기를 말씀하시더라. 그래서 내가 조금더 조심스럽게 다른 사람의 고통을 선정적으로 드러내는게 아니라 위로가 되게 신경을 써서 찍어야 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김여진 배우님과 미팅을 했을 때도 배우님이 극중 가족이 유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대상화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래서 저도 생각을 많이 하면서 촬영했다"고 덧붙였다.또한 신동석 감독은 최무성 김여진 성유빈의 캐스팅에 대해 "시나리오를 떠올렸을 때 처음 생각했던 배우들도 최무성 김여진 성유빈 배우였다. 그래서 캐스팅이 됐을때도 너무 기뻤다. 세 분이 연기를 잘하신다는 건 잘 알았지만 세 인물의 감정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지지 않고 다루는게 중요한데 세 배우의 앙상블이 좋을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극중 아들을 잃은 상실감을 극복하려는 아빠 성철 역을 맡은 최무성은 "극중 성철이라는 사람이 겪는 고통이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이라 생각난다. 저도 아이가 있는 아빠다 보니. 그래서 그런 고통을 표현하는게 연기력으로 되는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대한 그 슬픔을 온전하게 가지고 가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그 감정을 현장에서 가지고 있되 연기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극중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살아남은 아이'로 성유빈과 네 작품 째 호흡을 맞추게 된 그는 "유빈이와 인연이 깊다. 아역시절부터 유빈이를 봐왔는데 아역이라기 보다는 좋은 자극을 받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연기를 하면서 연기톤이라는게 잡을 때 어려운데 유빈은 제가 생각했던 기현을 그대로 표현해 줬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아들을 잃은 후 실의에 빠진 엄마 미숙을 연기한 김여진은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제목만 보고는 너무 무거운 내용일 것 같아서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보고 나서 욕심이 생겼다. 슬프고 감정적으로 힘든 내용이지만 시나리오에서 표현하는 미숙의 감정선이 설득력이 있었다"고 시나리오가 준 힘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나라도 이런 감정으로 아이를 대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꼭 해야겠다고 마음이 바뀌었다. 각오도 많이 했다. 엄청 힘들거라고. 몰입을 한후에도 잘 빠져나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하지만 현장은 화기애애 해서 힘들진 않았다. 간혹 어떤 신을 찍을 때 과하게 눈물이 흐르거나 눈물을 그칠 수 없는 경험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연기 생활을 하다보니 현장과 삶을 분리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그리면 영화를 보면 아직도 굉장히 아프다"고 말했다.성철과 미숙의 아들이 살려낸 아이, 그날의 비밀을 쥐고 있는 기현 역의 성유빈은 "처음에는 반항적으로 보이지만 내면적으로 아직은 순수한 인물이다라고 생각을 했다"고 극중 캐릭터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그는 "촬영을 하면서도 감독님과 이야기를 하면서도 순수하면서 상처도 많고 생각도 많은 인물, 생각보다 속이 깊은 인물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살아남은 아이'는 8월 30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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