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자세하게는 묻지 마세요."
출국을 하루 앞둔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 야구대표팀의 마지막 훈련. 취재진과 얘기를 나누던 대표팀 선동열 감독이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대표팀의 선발진 운영이나 야수들의 타순에 대해 질문이 이어지고 있었을 때다. 선 감독은 웃으면서 "너무 많이 알려지면 상대가 다 분석을 하지 않겠냐"고 했다. "상대가 누가 나올지 궁금해 하면서 분석을 하도록 해야하지 않겠나. 우리가 딱 1명을 얘기하면 그 선수만 전력분석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오는 26일 대만과 B조 첫 경기를 치른다. 대부분 이 경기에 에이스인 양현종이 출격할 것이란 예상을 하고 있다. 경기 일정상 대만전에 던진 투수가 9월 1일 결승전에도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양현종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
그러나 선 감독은 이제껏 대만전 선발에 대해 확인을 해준 적이 없다. "투수들의 컨디션을 확인하고 결정한다"라는 원론적인 대답만 했었다. 박종훈과 임기영 등 사이드암 투수들을 대만전에 중용할 뜻을 비치기도 했다. 대만에 우타자가 많다는 것이 이유였다.
타선도 4번 박병호와 3번 김현수 정도만 얘기를 했다. 나머지 타순은 유동적이다. 테이블세터로 이정후와 손아섭이 유력하지만 상대 투수에 따라 김하성이 배치될 수도 있고, 5번 타자 역시 김재환이나 안치홍 김하성 등 소속팀에서 중심타자로 나섰던 선수들이 나올 수도 있다. 워낙 쟁쟁한 타자들이다보니 사실 누가 어느 타순에 배치돼도 상관 없지만 타선의 연결을 생각하면 타자들의 컨디션을 확인하면서 타순을 짜야한다.
선 감독이 상대의 전력 분석을 얘기하면서도 웃은 것은 상대도 어느정도는 다 알고 있을 것이란 것을 알기 때문. 그렇더라도 조금이라도 숨기고 싶은 감독의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