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렁쇠 소년으로 시작한 88년 서울올림픽부터 대한민국 4강 신화를 썼던 2002년 월드컵, 아직도 감동이 남아있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마다 대한민국은 들썩였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또 한번의 국제 대회를 앞두고 있다. 창원시는 다음달 1일부터 14일까지 창원국제사격장과 해군교육사령부 사격장에서 제52회 '2018세계사격선수권대회'를 개최한다.
국제사격연맹(ISSF)이 주관하는 세계사격선수권대회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5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히는 권위 있는 대회다. 특히 창원시는 지난 1978년 서울 선수권대회 이후 40년 만에 아시아에서 대회를 개최한다. 아시아에서 사격선수권대회를 개최한 도시는 서울과 창원 두 도시뿐이다.
이번 대회에는 사상 최다인 91개 국가에 선수 3,417명, 임원 838명 등 총 4,255명이 참가해 4개 종목(권총·소총·산탄총·러닝타깃), 60개 세부종목에서 자웅을 겨룬다.
특히 이번 세계선수권에는 북한 선수단이 참가해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북한 선수단은 10m 공기권총 등 14개 종목에 출전할 22명(선수 12명, 임원 10명)의 등록을 마친 상태다.
이번 대회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에 필요한 출전권을 주는 첫번째 국제사격대회로 월드컵 등 다른 사격대회보다 훨씬 많은 15개 종목 60개의 쿼터가 걸려있다. 여기에서 차기 올림픽 스타를 눈여겨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수 있다.
한국 사격의 간판스타인 진종오 선수의 메달 유무도 큰 관심사다. 가장 많은 225명의 선수단이 참가하는 한국은 진종오를 비롯해 50m 소총복사 김종현 (KT)과 25m 속사권총 세계신기록 보유자 김준홍(KB국민은행), 스키트 종목의 이종준 (KT), 10m 공기권총 김민정(KB국민은행), 10m 공기소총 정은혜(인천남구청), 스키트 김민지(창원시청) 등이 메달에 도전한다.
경남대 출신의 진종오는 신설된 10m 공기권총 혼성팀(9월 2일)과 10m 공기권총(9월 6일)에 출전해 기량을 과시할 예정이다. 김종현은 리우올림픽 50m 소총복사에서 은메달을 획득했으며, 김준홍은 2014년 스페인 그라나다 세계사격선수권에 이어 대회 2연패를 꿈꾸고 있다.
이종준은 지난 7월 미국 투산 월드컵사격대회에서 한국 남자 산탄총 역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세계 랭킹 3위까지 올랐다. 김민정은 지난해 뉴델리 월드컵파이널대회에서 금메달, 올해 뮌헨 월드컵대회 3위 등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정은혜는 한화회장배·대통령경호처장기 전국사격대회 등 올해 국내대회에서 연달아 1위를 하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 여자 스키트 1인자로 꼽히는 김민지도 주목할만 하다.
세계사격선수권대회가 치러질 의창구 창원국제사격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시설을 갖춘 데다 세계 유일한 '도심형 사격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른 나라 사격장의 경우 도심 외곽지에 자리한 반면 창원사격장은 시내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기 때문에 선수와 관람객이 접근하기 용이하다.
총면적 14만7088㎡(축구장 20개 넓이) 규모의 창원국제사격장은 시설과 규모면에서도 우수하다. 이곳에서는 공기소총 사격과 중거리 달리기를 결합한 타겟스프린트 등 거의 모든 사격 종목을 소화할 수 있다. 경기장 내에는 전자표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무료 와이파이 등 다양한 편의시설도 갖춰 ISSF 창원월드컵사격대회 때 국제사격연맹 올레가리오 바스케스 라냐 회장으로부터 가장 우수한 사격장이라는 극찬을 받은 바 있다. 다만 300m 경기의 경우 안전과 거리 확보 문제로 진해 해군교육사령부 사격장(40사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를 통해 창원을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국제도시로 널리 알리고, 시민 모두가 화합하고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성공적인 행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북측 선수단도 창원에 오는 것이 확정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성공적인 대회를 치를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만큼 남북 평화와 화해무드를 상징하는 대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는 시민 누구나 참여 가능한 축제형 행사로 치러진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대회는 결선 진출자를 가릴 본선 경기가 모두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결선 경기 입장권은 소총, 권총 결선경기와 산탄총 결선경기로 구분해 1일 입장권(5천원) 형태로 판매된다.
창원국제사격장에는 선수뿐 아니라 일반 관람객도 사격을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이 조성돼 있다. 이를 위해 창원시는 내·외국인이 모두 체험하며 즐길 수 있도록 클레이, 조준, 게임형 사격을 즐길 수 있는 관광사격장을 만들었다.
관광사격장에는 스크린 영상사격이 도입돼 클레이 사격, 레이저 공기총 사격, 소총·권총 사격 등은 넓은 스크린과 사운드 시스템, 생생함을 더한 Full 3D 콘텐츠로 최상의 사격 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스크린 사격의 총기가 실제와 유사한 모양, 무게, 진동 등을 갖춰 마치 선수가 된 것 같은 특별한 기분도 만끽할 수 있다.
이번 대회 관람은 조직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28일까지 사전 예매가 가능하며 29일부터는 창원국제사격장 내 현장판매소를 통해 잔여분 입장권을 살 수 있다. 1인당 신청 가능한 입장권 총수는 모두 10장이다.
창원시는 세계사격선수권대회 개막식 직전에 창원실내체육관 앞 만남의광장에서 대규모 플래시몹 공연을 펼친다.
개막식을 시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대한라인댄스협회 창원시지회 회원 등 45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오후 5시부터 신나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출 예정이다.
어린이 치어리더팀의 치어 리딩과 K-팝 커버댄스 공연이 펼쳐지고 창원방문의해 전문 서포터즈 10여 명이 창원의 대표 관광지와 사격선수권대회를 안내한다. 또 행사장에는 창원관광 홍보부스가 설치되고 홍보부스 옆에는 부림창작공예품 판매점도 설치·운영된다.
2018 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 개막식은 다음달 1일 오후 6시 10분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박진열 기자 jinyu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