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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훈의 눈]김학범호, 더 준비해야 여유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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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토너먼트다. 철저히 준비해야한다.

한국이 20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E조 3차전에서 키르기스스탄에 1대0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지난 1, 2차전에서 사용한 스리백이 아닌 포백 바탕의 4-2-3-1 포메이션을 꺼내며 변화를 줬다. 특히 손흥민을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시키며 공격적인 모습을 내비쳤다. 하지만 지난 경기와 마찬가지로 내려선 상대의 수비조직을 무너뜨리지 못했다. 박경훈 교수와 전주대 축구학과 분석팀은 한국 대표팀의 아쉬웠던 전술 포인트들을 분석했다.

▶타이밍이 늦었다

한국은 중앙 수비수 사이로 미드필더 한 명이 내려가며 빌드업을 진행했다. 주로 장윤호가 그 역할을 맡았지만 상황에 따라 이승모가 위치하기도 했다. 동시에 양쪽 풀백을 높게 전진시키면서 측면 공격의 숫자를 늘렸다. 이에 키르키즈스탄은 5-4-1로 수비조직을 형성했다. 최전방의 바티느 카노프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좁은 수비 대형을 유지했다. 중앙에서의 공간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장윤호와 이승모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수시로 좌우로 전환패스를 시도했다. 하지만 늦은 패스 타이밍에 패스가 투입되더라도 빠른 공격 전개를 하지 못했다.

크로스 타이밍도 문제였다. 특히 왼쪽 측면에서 오른발만을 사용하는 김진야는 한 박자 늦게 크로스를 시도했다. 상대 수비는 페널티 박스 안에서 빠르게 조직을 갖췄고, 비교적 쉽게 크로스를 처리했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측면에서, 풀백의 늦은 판단력에 의한 크로스 지연, 서포트 부재에 따른 무리한 솔로 플레이가 곧바로 상대의 압박에 쌓이게 만들었다. 순간적인 돌파 혹은 조합플레이를 통해 빠져나와도 중앙 지역으로의 패스는 여전히 쉽지 않았다. 결국 다시 측면으로 향했고 이 과정을 반복했다. 오히려 한국 선수들이 여유를 잃었다.

1차적으로 중앙에서의 측면을 향한 패스가 더 빠르게 이루어졌어야 했다. 이후 측면에서도 좀 더 빠른 판단으로 2차 동작으로 연결했어야 했다. 무엇보다 더 빠른 크로스 타이밍은 필수적이었다. 상대의 수비 운영에 따라 공격 상황에서 수적 열세에 놓였다면, 정교한 크로스는 확률적으로 가장 유용한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교함은 더욱 필요했다.

▶어태킹 써드로 접근하지 못했다

지난 경기와 다르게 중앙 수비수들의 전진패스 성공률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분석팀 데이터에 따르면 정태욱은 36개의 전진패스 시도 중 34개를 성공시켰다. 김민재도 총 48개의 시도 중 43개를 성공시켰다. 그렇지만 최전방을 향해 킥을 시도한 횟수는 4개로 적었다. 말레이시아와의 경기에서 중앙 수비수들의 빌드업 능력이 드러나면서 내린 처방이었다. 미드필더를 거쳐 빌드업을 진행하며 패스 성공률을 높였다. 하지만 템포는 늦어졌다.

이후 중앙에 밀집 한 상대 수비조직을 무너뜨리는 날카로운 패스 또한 나오지 않았다. 속공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어태킹 써드 지역으로 접근하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볼 터치 횟수를 문제로 꼽을 수 있다. 미드필더들은 평균 세 번 이상의 터치 이후 다음 동작으로 연결했다. 패스 타이밍과 함께 공격 전개 속도도 함께 늦춰졌다. 동시에 상대는 여유롭게 수비조직을 갖췄다.

패스를 받는 선수들의 몸의 자세도 좋지 않았다. 1차적으로 전방이 아닌, 수비를 등진 상태에서 패스를 받았다. 때문에 전진패스 투입에 성공하더라도 대부분 백패스 혹은 횡패스로 이어졌다. 동시에 주위에 대한 상황인식의 부족까지 더해지면서 상대 수비에게 번번이 차단당했다. 결국 전방을 향한 빠른 2차 동작을 하지 못했다. 몸의 방향은 45도 각도를 유지하며 전방으로 열어놔야 한다. 특히나 강한 압박에 둘러싸이게 되는 공격지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오프더 볼 움직임이 부족했다

상대가 중앙을 철저히 막는다면, 좌우 전환 패스를 통해 수비조직을 순간적으로 넓혀내야 한다. 여기서 그치면 안 된다. 동시에 3자 선수들의 부지런한 움직임이 이뤄져야 한다. 그때 상대가 노출한 공간을 적절히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공격지역에서 상대수비조직에 균열을 내기 위한 오프더 볼 움직임을 보이지 못했다. 대부분 패스 이후, 공간을 만들기 위해 움직이기보다 서있는 모습이 많았다.

결국 페널티 박스 안에서 세 명의 공격수들은 점점 고립됐고, 후방에서의 롱패스 시도 횟수가 늘었다. 하지만 제공권에서도 밀리며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이후 세컨볼 획득에도 실패하며 상대에게 종종 역습을 허용했다. 그로 인해 최전방에서 가장 위협적인 손흥민은 하프라인까지 내려와 빌드업에 가담했다. 점점 더 상대 골문에서 멀어졌다. 외곽에서도 조직적인 움직임의 부재로, 공격수들은 항상 3명가량의 수비를 상대했다.

PTA로의 접근이 아닌, 외곽에서 의미 없는 소유는 유효한 공격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한국은 무려 24개의 슈팅을 기록했지만 유효슈팅은 8개에 그쳤다. 그마저도 대부분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슈팅 시 무게중심이 너무 뒤에 있어 정확한 슈팅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상대의 공격을 끊어냈을 때, '마법이 일어나는 순간'인 역습기회 마저도 살리지 못했다. 패스는 전방을 향하지 않았고, 상대지역으로의 빠른 이동이 뒤따르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16강에 진출했다. 하지만 지난 패배 속에서 교훈을 찾지 못한 모습이다. 대표팀을 바라보는 시선은 걱정과 우려에 가득 찼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면 달라져야한다. 무엇보다 토너먼트에서는 약점을 감출 수 있는, 전술적인 유연함이 필요하다. 이제는 물러설 곳이 없다. 이란과의 경기에서, 대표팀은 반드시 보여줘야 한다.

박경훈 교수, 전주대 축구학과 분석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