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가 있었다. 우리 민족의 지난(至難) 했던 역사를 상징하는 외로운 작은 섬. 비록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는 지워졌지만, 관중석에서 펄럭이는 한반도기 안에는 똑똑하게 외치고 있다. '나, 여기 있노라'고.
21일 여자농구 남북단일팀 '코리아'가 카자흐스탄을 상대로 치른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GBK 농구장 관중석에선 이날도 변함없이 "코리아 파이팅"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북과 꽹과리를 든 남북단일팀 응원단은 '아리랑'을 부르며 신명나는 응원으로 코트의 선수들에게 기운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이 입은 티셔츠와 손에 든 미니 깃발과 미니 부채, 그리고 크게 휘두르는 응원 깃발에 그려진 '한반도'에는 울릉도 옆쪽으로 독도가 명확히 표시돼 있었다. 참으로 장했다. 반가웠다. 마음으로 인사했다. '독도야, 너 거기 있었구나'. 마음이 뭉클해진 이유는 이번 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펄럭이던 한반도기에는 독도가 '타의에 의해' 지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GBK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개회식 때 대한민국 선수단은 조선민주주의공화국 선수단과 함께 공동입장했다. 남북 선수 100명씩으로 구성된 200명의 선수단은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코리아(COREA)'란 이름으로 함께 입장했다.
그러나 남북 공동기수인 농구선수 임영희(38·우리은행)와 축구선수 주경철(21)은 독도가 표기되지 않은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했다. 복잡한 스포츠 정치학적 논의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한반도기 안에 독도의 표기 문제가 국제적으로 매우 민감한 이슈이기 때문이다. 전례가 있었다. 지난 2월 평창올림픽 개회식에서도 남북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의 합의에 따라 독도가 표기되지 않은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한 바 있다. IOC는 스포츠에서 정치적 문제를 배제한다는 명확한 원칙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난 6월 남북체육회담에서 남과 북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 독도가 표기된 한반도기를 들자고 합의했다. 이념을 떠나 '독도'는 한민족 모두에게 소중한 영토다. 그래서 남북이 함께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를 설득하기로 했다. 그러나 외교적, 정치적 이슈를 부담스러워 한 OCA는 앞서 내린 IOC의 전례를 따라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개회식에서 남북은 독도가 지워진 한반도기를 들 수 밖에 없었다.
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깃발에 없더라도 독도가 우리 땅이 아닐 순 없다. 남북공동응원단이 이를 온몸으로 외쳤다. IOC나 OCA의 결정은 선수단에만 적용된 것이라 관중이나 응원단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평창올림픽 때도 관중석 응원단은 독도가 있는 한반도기를 든 적이 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응원단은 독도를 품에 안았다. 그렇게 '완전체 한반도'는 다시 이어졌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